우리나라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이 아시아의 인프라 투자 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확대되고 중국과의 경제협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심 끝에 AIIB  가입을 결정한 정부는 앞으로 지분 등을 둘러싼 치열한 협상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지분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AIIB 내에서의 발언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 지분 배분은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력에 비례해 결정한다는 원칙이 세워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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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관계 부처 간 논의를 거쳐 AIIB에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중국에 서한으로 통보했다고 26일 공식 발표했다.

앞으로 기존 예정창립 회원국들의 동의를 받으면 한국도 예정창립 회원국의 지위를 얻게 된다. 중국은 한국에 이달 말까지 창립 회원국 참여 여부를 밝혀달라고 시한을 제시한 상태였다.

기획재정부는 발표문에서 "6월 중 설립협정문 협상이 완료되면 이에 서명하고 이후 국회 비준 절차를 거쳐 창립 회원국으로 최종 확정된다"고 말했다.

또 "AIIB는 우리가 설립 때부터 주요 회원국으로 참여하게 되는 최초의 국제금융기구"라며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경제적 지위에 걸맞은 적극적 역할을 할 필요가 있으며, AIIB는 우리의 금융외교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AIIB 가입 문제를 놓고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상당한 고민을 해왔다. 그러나 외교적 고려보다 경제적 실익 차원에서 최종적으로 가입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이 그동안 한국의 AIIB 가입을 강력히 견제해왔지만 미국의 주요 우방인 영국에 이어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이 최근 잇따라 AIIB 가입을 선언하면서 정부의 AIIB 가입 부담이 줄어들어 가입이 유력하게 예상됐었다.

이런 가운데 어짜피 가입하겠다면 AIIB 내에서 발언권을 강화할 수 있는 창립 멤버로 참여하는 게 좋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AIIB 가입에 따라 서남 아시아 지역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한국 기업의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AIIB는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이 사회간접자본(SOC)을 건설할 수 있도록 자금 등을 지원하는 국제금융기구로 인프라 건설뿐만 아니라 전력, 통신 등 여러 분야의 사업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시설 투자수요는 2020년까지 매년 7,300억달러에 달한다.

기재부는 발표문에서 "AIIB가 앞으로 본격적으로 운영될 경우 아시아 지역에 대형 인프라 건설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AIIB 참여 결정으로 건설, 통신, 교통 등 인프라 사업에 경험이 많은 우리 기업들의 사업 참여가 확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경제협력 관계도 강화할 수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에 이어 한·중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양국의 구체적인 경제협력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 AIIB 가입은 양국의 경제 협력 관계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한국의 국제 금융 외교 영역도 확장시킬 수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AIIB는 우리가 설립 때부터 주요 회원국으로 참여하게 되는 최초의 국제금융기구"라며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경제적 지위에 걸맞은 적극적 역할을 할 필요가 있으며, AIIB는 우리의 금융외교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제 AIIB를 통해 더 많은 실익을 얻기 위해 설립협정문을 마련하는 6월까지 지분 배분과 이사회 상임화, 부총재 자리 확보 등의 문제를 놓고 중국과 협상을 벌일 전망이다.

특히 가입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올랐던 AIIB의 지배구조와 한국의 지분 문제를 놓고 치열한 협상이 예상된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주도하는 지역 인프라사업 입찰에서 ADB 지분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일본의 기업들이 상당한 혜택을 얻는 것으로 알려져 지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현재 중국이 설립을 주도하고 중국의 지분이 50%에 달해 지나치게 중국 중심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AIIB에 참여하는 국가별 지분은 앞으로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력에 비례해 결정한다는 원칙이 세워진 상태인데, 현재로서는 중국의 지분이 50%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미국 등이 중국의 독주를 우려하는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러우지웨이(樓繼偉) 중국 재정부장은 "AIIB에 얼마나 많은 나라가 동참할지에 따라 지분이 결정될 것"이라며 "중국이 최대 출자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변함 없지만 반드시 50% 지분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해 중국의 지분이 50%에 못 미칠 가능성은 열려 있다.

현재 AIIB와 관련한 투표권은 아시아 지역 내 국가가 75%, 지역 외 국가가 25%를 가질 수 있게 돼 있는데, 아시아에서 한국의 경제력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한국이 적지 않은 지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AIIB는 이달 말 창립회원국 모집을 마감한 뒤 오는 6월 협정문에 서명할 계획이다.

한국 등 창립회원국은 올해 하반기 각자의 국회 등에서 비준 절차를 진행한다. AIIB 공식 출범 예정 시기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