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주택난 속에 집값 비싸기로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캐나다 밴쿠버에서 초슬림 주택이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초슬림 주택도 비싸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폭이 3.6m에 불과한 88㎡ 면적(27평)의 초미니 단독주택이 135만 캐나다달러(약 12억원)에 팔렸다는 소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밴쿠버에서는 비싼 땅값으로 인해 폭이 좁은 주택을 만드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밴쿠버는 전 세계에서 홍콩 다음으로 집값이 비싼 도시다.

28일 CBC방송에 따르면, 밴쿠버의 포인트 그레이 지역의 초슬림 주택이 지난주 초고가 거래 기록을 세운 것으로 밝혀졌다. 이곳은 바닷가를 면하고 있어 고급 주택지로 통하는 곳으로, 해당 주택은 지난 1987년에 건축된 것으로 전해졌다.

초슬림 주택이 초고가에 거래된 것은 비싼 집값 탓에 땅을 적게 차지하면서 폭이 극히 좁은 '슬림 주택'이 대안으로 유행하는 최근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폭이 좁기는 하지만 주 침실과 거실, 부엌, 2개의 화장실, 벽난로, 차고 등 갖출 것은 다 갖춰져 있고, 마감재와 실내 장식은 고급스럽기 그지없다. 또 187㎡(58평 정도)의 대지에 외부 정원도 앞뒤로 갖춘 고급 주택이다.

캐나다 현지에서는 이 같은 초슬림 주택을 '씬홈'(thine home-두께가 얇은 주택)이라고 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런 주택의 매력은 바로 귀엽다는 것"이라며 "실내 공간의 모든 것이 상상 외로 좁지만, 거주자에게 이런 집은 인형의 집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슬림 주택도 자체 대지를 차지하고 있는 단독 주택인만큼 시 전체의 주택난을 해결할 최선의 방안은 못 된다고 그는 지적했다.

한편, 밴쿠버는 전 세계에서 홍콩 다음으로 집값이 비싸 주택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제 부동산 리서치업체인 데모그라피아가 올해 주요 9개 국가 대도시 주택 구매력을 조사한 결과, 밴쿠버는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 크게 높아 홍콩에 이어 두 번째로 주택 취득난이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밴쿠버는 지난해 주택 평균 가격이 중간 소득의 10.6배에 달했다.

밴쿠버는 집을 사는 것도 어렵지만 유지하기도 어렵다.

캐나다의 대표 시중은행인 로열은행이 자체적으로 만든 지역 평균 소득(세전) 대비 주택 소유 경비를 지수화한 주택보유비용지수(HAI)에 따르면, 2014년 밴쿠버에서 2층짜리 단독주택을 유지할 경우 HAI가 86.5%에 달했다. 이는 소득의 86.5%를 집 유지비로 쓴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