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굴기'를 상징하는 새로운 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16일 개소식을 갖고 공식운영에 돌입했다.

이날 오전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AIIB 개소식에는 러우지웨이(樓繼偉) 중국 재정부장, 우리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57개 회원국 대표가 참석했으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직접 참석해 연설을 했다.

AIIB는 시 주석이 2013년 10월 동남아시아 순방 중 직접 제안한 국제금융기구로 아시아 지역 개도국들의 기초시설(인프라) 투자 지원을 목적으로 창립됐으며, 미국의 직간접적인 저지 행보에도 한국과 영국 등 미국의 전통적 우방을 포함해 57개국의 동참을 이끌어내며 세계적인 조명을 받았다.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을 통해 미국이 세계금융질서를 주도해온 현실에서 AIIB 출범은 중국이 국제 금융질서의 '새판짜기'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는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

중국은 AIIB에서 출자비율(지분율) 30.34%(1위)를 차지했고 투표권도 26.06%를 확보해 사실상 주요 안건에 대한 거부권을 확보했다.

한국도 창립회원국 57개국 중 중국, 인도(8.52%), 러시아(6.66%), 독일(4.57%)에 이어 지분율 3.81%로 5위에 올라있다.

한국이 전통적 우방인 미국의 불편한 시선을 감수하면서 중국이 주도한 AIIB에 참여를 결정한 것은 막대한 인프라 건설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AIIB는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건설 사업자에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자금줄 역할을 하며, 투자 대상 사업은 건설·토목 인프라뿐만 아니라 통신·IT, 전력, 상하수도 등을 망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아시아 인프라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시설 투자 수요는 2020년까지 매년 7천3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기존 국제 투자기구인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기존 다자개발은행의 투자비용은 연간 2천360억 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그동안 ADB가 인도나 동남아시아 등을 주로 지원했지만 AIIB는 아시아 전역을 투자 대상으로 삼을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다.

특히 중국이 막대한 자금을 풀어 신(新) 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 중동과 동남아에도 인프라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 우리 기업에 한층 더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다.

AIIB 출범은 우리나라 금융기관에도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양한 인프라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동원하게 되면 우리 금융기관들도 사업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IB 자금을 한국, 중국, 러시아, 몽골 등이 참여하는 광역 두만강개발계획(GTI)과 연계할 경우 동북아 지역 개발과 더불어 통일 기반 조성에도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AIIB를 활용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기업과 금융기관의 아시아 인프라 시장 진출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코리아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 코리아 패키지에는 우리 기업의 수주 역량을 높이는 민관 합동 종합 지원체계 구축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아울러 과당 경쟁에 따른 저가수주 등 해외 시장에서 건설·플랜트 업계의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나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중국팀장은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AIIB 참여는 중장기적으로 중국과 주변국들의 인프라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에 우리 경제에 긍정적이라고 본다"며 "특히 부총재를 배출하게 되면 우리 기업에 기회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하며, "다만 중국에선 민간이 아닌 관 주도의 인프라 투자를 하기 때문에 우리 기업의 인프라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우리 정부가 중국 정부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이날 역내 회원국을 대표해 한 축사에서 AIIB는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아시아 지역의 부족한 투자자금을 메우고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 아시아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주도할 견인차가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하며, '내달 중순쯤 다섯 명의 부총재를 선출하는데 한국이 여기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부총재뿐 아니라 다른 고위직에도 많이 진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라고 말했다.

AIIB 초대 총재로 내정된 진리췬(金立群) 전 재정부 부부장이 이를 통해 공식 취임하고 송인창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을 비롯한 12명의 이사도 선임된다.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시설 투자수요는 2020년까지 매년 7천3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돼 AIIB 출범은 한국 기업에도 큰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AIIB의 투자 대상사업은 건설·토목, 통신·IT, 전력, 상하수도 등으로 광범위하고, 이사회에서 4분의 3 이상의 의결을 받으면 비회원국 지원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