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낳을 일이 없기 때문에 산부인과에는 더 이상 올 필요가 없어 보이는 65세의 한 여성이 이상한 분비물이 나온다고 저희 산부인과를 찾아왔습니다. 분비물을 현미경으로 보니 적혈구가 보이고, 외음부 밑에 뭐가 조금 이상하게 자라는 것이 보였습니다. 일단은 분비물에 피가 보이니까, 자궁에서 소량의 피가 나올 수도 있고, 이런 경우는 자궁을 철저히 조사해서 혹시 암이 없는지 살펴야 합니다. 그래서 내시경으로 그안을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암세포는 없고 용종들이 가득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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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외음부 밑에 정말 별 것도 아니게 보이는 조그만한 게 돌출되어 있었습니다. 수상해서 조직검사를 했더니, 이게 아주 안 좋은 상피암이었습니다. 이 분도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이거, 꼭 조사해야 해요?'하고 물어보셨습니다. 그런데 이 대수롭지도 않아 보이는 종양이 그냥 두면 사망하는 아주 안 좋은 암입니다.

이 분의 암은 외음부암이고 아주 나쁘게 변해 있었습니다. 외음부암은 전체 여성암의 5% 미만을 차지하고, 주로는 60% 정도 대음순과 소음순에 발생됩니다. 15% 정도는 음핵에, 그리고 10% 정도는 회음부에 발견됩니다. 비교적 드문 질병인 회음부암은 대부분 50세 이상에서 발견되고, 가끔 40세 미만에도 발견이 됩니다. 증상으로는 월경과 관계 없이 출혈이 생기고, 이상한 냉대하증이 보이고, 외음부에 극한 가려움증이나 통증이 생기고, 외음부 피부가 하얗고 거칠어질 수 있습니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조기 진단이 가장 치료 성과를 양호하게 하고, 검진 시에 의사의 눈에 이상해 보이면 바로 조직검사를 하는 게 정도(正道)입니다. 암이 진단되면 외음부 외에 다른 장기로 퍼지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검사가 꼭 필요합니다.

0기는 상피내암이라고 하고 초기의 암입니다. 암이 외음부에만 국한되고, 피부표층에서만 있습니다.

1기암은 외음부와 회음부라고 질과 항문 사이 세포조직에 생깁니다. 크기는 2cm 미만이고, 임파선 전이가 없습니다.

2기암은 외음부나 회음부에서 발견되고 2cm보다 더 크고 임파선전이가 없습니다.

3기암은 그 크기에 상관없이 요도의 하부, 질, 항문까지 퍼지거나, 한쪽 소속 임파선에 전이된 경우입니다.

4기암은 더 많이 여기저기 퍼진 경우입니다.

오늘 오신 60세 여성은 10%가 그렇듯이 회음부에 암이 발견되었고, 그 크기가 2cm 미만이니까, 그리고 다른 곳으로 전이가 없으니까, 1기 암이고, 수술 후에 살 가망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도 산부인과에서 지금 발견을 못했으면 이 암도 번지고 사망까지 갈 수 있는 암이었습니다.

자궁을 들어낸 많은 여성들은, 자신들이 자궁이 없으니까 이젠 아무 검사가 필용없다고 생각들 합니다. 자궁이 없어도 Pap smear 를 해야 질암을 발견할 수가 있고, 또 Pap smear를 하다가 외음부에 이상이 발견되면, 조직검사를 함으로써 외음부암도 진단이 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한국 여성들은 '나이가 들면 애 낳을 것도 아니고, 산부인과에 갈 필요가 없다'라고 생각하십니다. 여러분, 암은 나이 들어서 생기는 병입니다. 그래서 정기검진과 암검사는 나이가 들수록 더 필요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