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8일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 한미 기준금리가 약 2년 반 만에 역전된다.

경제전문가는 해외 자본 유출보다 원화 약세와 무역수지 적자에 따른 경기 침체가 더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27일 한은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연준은 26∼27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올린 2.25∼2.50%로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 유출 우려하는 이유는?

외국인 자금이 한국 주식·채권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굳이 금리(수익률)가 더 낮은 한국에서 돈을 굴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자금 유출로 원/달러 환율(원화 가치와 반대)은 상승압력을 받는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

▲정부와 한은 "자금 대거 유출 가능성 적다"

정부는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더라도 해외 투자 자금이 대거 유출될 가능성은 적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우리의 대외 신인도나 경제 기초여건, 현재 경기 흐름 등을 보면 현재는 (자금) 유출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한미 금리) 역전 자체가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거에도 금리가 역전된 경우가 세 차례 있었고, 단순히 격차가 얼마나 벌어지나보다, 자본·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추 부총리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결정한 직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과 만나 미국의 금리 인상이 우리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과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다.

▲경제전문가 "자본유출보다 경기 침체 가능성 더 걱정"

경제전문가들은 해외 자본유출보다는 원화 약세와 물가 상승, 무역수지 적자 등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을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상승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원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게 돼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6일 1,307.6원에 거래를 마감해 1,300원대로 내려갔지만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다시 치솟을 수 있다. 환율은 한때 1,320원대 중반까지 연고점을 높였다.

고환율은 무역적자를 유발한다. 무역수지는 지난 6월까지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20일까지 81억달러 적자를 기록해 4개월 연속 적자 가능성이 크다.

무역수지 적자는 달러의 유출을 의미해 환율이 올라간다. 또한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오르면 국내 소비자물가 역시 불안해진다.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면 경기에 부담이 되고 결국 경기 침체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