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기간 천정부지로 치솟던 미국의 집값이 모기지 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해 하락세로 돌아섰다.

모기지 소프트웨어·데이터·분석회사인 블랙나이트(Black Knight)는 24일 7월 미국의 주택 가격이 6월보다 0.77%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3년 만에 첫 월간 집값 하락이며, 0.77%의 월간 하락폭은 지난 2011년 1월 이후 11여년 만에 가장 크다.

부동산 수요자들 리셋 필요

지난 7월의 주택가격 하락폭은 지난 1991년 이후 두 번째로 큰 하락폭이다. 역사적으로 6월과 7월 사이의 월간 주택가격은 평균 0.4% 상승했다.

최근 31년 동안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이었던 2010년을 제외하면 올해 7월 만큼 월간 주택가격이 하락한 적이 없었다는 뜻이다.

미국 가족이 주로 이사하는 시즌(자녀들의 방학기간인 6월~8월)을 고려할 때 일반적으로 3월에서 5월사이에는 주택가격이 상승한다. 심지어 대공황 기간에도 3월~5월 사이에는 주택가격이 상승했었다. 

앤디 월든 블랙나이트 부사장은 "7월 데이터는 주택시장이 중요한 변곡점에 이르렀다는 명확한 증거"라면서 주택시장이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추가 가격 조정이 곧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미 서부지역 주택가격 하락세 뚜렷

지역에 따라서 하락폭에도 차이가 있으며, 일부 지역의 경우 훨씬 더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캘리포니아 산호세의 경우 최근 몇 개월간 집값이 10% 하락하면서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그 뒤를 이어 시애틀(-7.7%), 샌프란시스코(-7.4%), 샌디에이고(-5.6%), 로스앤젤레스(-4.3%), 덴버(-4.3%) 등 주로 서부 도시들의 집값이 지난달 많이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인들의 주택구입 능력 30년만에 최저

팬데믹 이후 폭등한 주택가격과 최근 기준금리 상승으로 인한 모기지 금리 급등세로 인해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한 것으로 분석된다. 모기지 금리가 급상승하면서 대출 자격조건이 까다로워 진 것도 한 요인이다. 

블랙나이트 조사 결과 미국인들의 주택 구입능력은 30년 만에 가장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자산이 많이 있어도 안정적인 (급여와 같은)소득이 없으면 대출이 되지 않는다. 소득도 이자를 충분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대출 자격조건이 되는 것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연초 3% 정도에 불과하던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지난 6월 6%를 돌파했고, 지금도 5.75%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거의 두배에 가까운 이자를 내야하는 셈이 된 것이다. 주택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그 만큼 고정 수입이 늘어나야 하는 셈이다.

현재 미국에서 집을 사려면 계약금 20%를 지불하고 나머지를 30년 고정 모기지로 대출받는다는 전제하에 중위 가계소득의 32.7%를 지출해야 하는데, 이는 코로나19 사태 직전보다 13%포인트 급증한 수준이라고 블랙나이트는 전했다. 지난 25년간 평균치는 23.5%다.

지난 몇 달간 일각에서는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해 주택 가격 변동이 크게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시장에서는 주택가격 하락에 대해서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하락폭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부동산 시장 초미의 관심사는 얼마나 떨어질 것이냐, 언제가 매수 타이밍이냐이다. 

어느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으나 이미 변곡점을 지나 하락세로 돌아선 주택가격은 이사시즌을 지나면서 더 가파르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