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글로벌 식량 위기에 대처하려면 러시아산 비료 수출에 장애 요인이 없애서 비료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4일(현지시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지난 8월 초 흑해 항구를 통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이 재개된 이후 수출량이 최근 500만톤을 넘어섰다.

UNCTAD는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재개가 세계 식량 가격을 낮추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매긴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 8월 전월 대비 1.9% 내린 138.0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런 곡물 가격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비료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내년 또다시 글로벌 식량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UNCTAD는 지적했다.

레베카 그린스판 UNCTAD 사무총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미래의 식량 위기를 피하려면 비료 가격을 낮춰야 한다"며 "현재의 식량 생산성 문제가 내일의 공급 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UNCTAD

UNCTAD는 러시아가 비료를 수출하는 데에는 제재가 가해져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칼륨과 인산염, 질소 등이 함유된 비료를 주로 생산하는 러시아는 전 세계 비료 시장의 13%를 차지하는 주요 수출국이다.

러시아산 비료가 국제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있어서 공급부족으로 인해 비료가격이 높게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를 받는 러시아는 운송과 보험, 금융에 걸친 복잡한 제재 구조 속에서 비료 수출에 지장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 7월 유엔과 튀르키에의 중재 속에 우크라이나와 곡물 수출을 재개하기로 하면서 우크라이나산 곡물뿐 아니라 러시아산 곡물 및 비료도 수출을 정상화하기로 하자는 합의가 이뤄진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곡물과 비료가 원래부터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하지만, 유엔은 러시아의 비료 수출을 정상화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실무적 차원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2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첫날 연설에서 "비료시장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내년의 문제는 (유통 문제가 아닌) 식량 공급 그 자체가 될 것"이라며 "러시아산 비료 수출에 대한 남아있는 장벽을 모두 없애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