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반도체 전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제재를 받은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의 시장 공백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울 가능성과 관련, 한국이 불편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월) 보도했으나, 산업부 통상교섭 본부장은 기업이 스스로 결정한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이와같은 마이크론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제재로 인해, 중국 내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가 손쉽게 마이크론의 마켓쉐어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WSJ은 지정학적 요인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마이크론

이는 미국 입장에서 미중간의 반도체 갈등으로 인해 한국기업이 어부지리를 얻어가는 것을 원치 않으며, 만일 한국 반도체 기업이 마이크론의 시장 공백을 매워주지 않으면 중국으로서는 제재의 역풍을 맞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 반도체업계가 마이크론의 공백을 대체하지 않도록 미국이 한국 측에 요청했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와 관련,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정부에서 이와 관련한 요청을 받은 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그러한 요청을 받더라도 이는 개별 기업들이 결정할 문제라면서 "정부가 기업에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도록 지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도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마이크론 제재에 따른 정부 대응과 관련해 "정부가 (기업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고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며 "기본적으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사업을 하니 양쪽을 감안해서 잘 판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FT는 이 발언에 대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의 시장 공백을 메우려 해도 한국 정부가 나서서 막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고 해석했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언론이 대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개별 기업의 결정사안을 정부가 나서서 지시할 수 있는 입장에 있지 않은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 미국정부로서도 대놓고 한국정부를 압박할 수 입장을 언론이 대신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미중간의 반도체 전쟁차원에서 볼 때, 미국에서는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가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하길 원할 것이고, 중국으로서는 한미 갈등을 조장하면서 한국이 중극측에 협조적으로 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에 대한 판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개별 기업의 몫으로 남아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