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22 09:52 PM
국가의 과학기술과 첨단산업의 미래를 책임지는 미래창조과학부와 산하기관에서 비리가 빈발,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오는 23일 50여 개 산하ㆍ유관 기관장과 본부장급 간부, 부처 실ㆍ국장 등 250여 명을 비상소집해 '비리근절 워크숍'을 개최하기로 했다고 한다.
작년 3월 미래부
출범 이래 처음으로 부처 간부와 산하ㆍ유관기관장이 한자리에 모이는데, 그 모임이 혈세로 조달한 연구ㆍ개발비의 횡령과 유용 등
비리 척결을 위한 것이라고 하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감사원 간부의 강연을 듣고 비리 척결을
위한 분임토의를 하는 한편, 국민권익위원회가 주관하는 '비리 예방 역할극'까지 한다고 한다. 기술입국, 과학입국의 신화를 일궈낸
과학자들과 과학기술 행정가들이 어쩌다가 이렇게 '비리예방 역할극'까지 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는지 통탄할 노릇이다.'
최양희 장관이 비상한 조치를 하게 된 것은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국정의 핵심 과제로 내세우며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가운데 핵심 역할을 맡은 미래부와
산하기관에서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한국정보화진흥원(NIA)과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연구원들은 사업 발주 대가로 뒷돈을 받아 챙기거나 정부출연금을 직접 빼돌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연구원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미래부
사무관이 800여만 원이 입금된 체크카드 2장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기도 했다. 나랏돈을 쌈짓돈처럼 주물렀던 NIPA 연구원들은
친척 명의로 '뇌물수수용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IT업체로부터 용역 하청을 받는 것처럼 문서를 꾸민 뒤 돈을 챙기기도 했다.
이들은 빼돌린 돈으로 아우디, 재규어 등 외제 승용차를 몰고 해외 골프 여행을 다니는 등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다 구속됐다. 성격은
좀 다르지만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일어난 비리는 공금 유용이 체질화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감사원에 따르면 생산기술연구원
직원 38명은 2009년 1월부터 작년 연말까지 법인카드를 154차례 긁어 4천200만원을 유흥비로 탕진했다. 이들이 이용한
유흥업소는 법인카드 결제가 가능하도록 일반음식점으로 위장등록된 곳이었다. 국민 세금이 돌고 돌아 유흥업소로 간 것이다. 다수의
직원이 상당한 기간에 걸쳐 아무런 죄의식 없이 유흥업소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은 공금 유용이 내면화, 체질화해 있었음을
시사한다.'
첨단기술을 다루는 연구ㆍ개발 관련 분야에서 비리가 빈발하는 것은 전문성이 높아 감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업이 신기술인 경우가 많아 장비, 용역에 대한 기준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그만큼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전문적인 감시체계가 필요하지만 연구비 확충에 주력하느라 사용처에 대한 감시는 소홀히 한 경향이 있었다.
미래부 연구기관 예산을 포함해 올해 나라 전체적으로는 11조6천억원이 넘는 연구개발(R&D) 예산이 투입된다. 내년에는 12조4천억원을 넘어갈 전망이다. 더는 느슨한 감시체계를 방치할 수 없는 규모가 됐다.
뒤늦게나마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비리근절 워크숍'을 열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본다. 마침 미래부에
는 수백조원의 예산을 만지던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제1차관으로 가 있다. 차제에 연구개발 예산의 전달체계를 정밀점검하고 철저한
사후관리 시스템을 마련해 국민이 피땀으로 모은 세금이 한 푼이라도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하기 바란다. 전문성을 앞세워 국민을
기만하고 끼리끼리 나랏돈을 빼돌리는 범죄적 행태를 바로잡지 못하면 창조경제 융성은 절대로 이뤄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