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05 02:40 AM
올 추석, 밥상머리 3대 이슈
하루 앞으로 다가온 추석 연휴에는 어떤 '정치적 메뉴'들이 밥상머리에 오를까.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갈등의 골이 깊은 상황에서 맞는 이번 연휴에는 추석 민심을 잡기 위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여론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파행정국의 핵인 세월호특별법을 비롯해 경제활성화를 포함한 민생이슈,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등에 따른 정치권 혁신 문제 등이 주요 3대 이슈로 꼽힌다.
◇끝없는 세월호법 대치…여론은 누구 편? = 세월호특별법은 추석 밥상에서도 단연 '빅이슈'다.
지난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 선장과 선원의 무책임, 해운선사의 탐욕, 해경의 무능, 정부의 컨트롤 타워 부재 등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실을 목도하고 여론은 진상의 규명과 국가 시스템의 수술을 요구했다.
그 첫 출발이 세월호특별법 제정으로 비롯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5개월이 가까워지도록 특별법 제정은 '난망'이다. 여야 원내대표의 두번에 걸친 합의안은 이행되지 못하고 있고, 여·야, 여당과 유가족간의 대화마저 단절된 상태이다.
새누리당은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진상조사위 수사권·기소권 부여는 사법체계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절대 불가하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특검후보추천위의 여당 몫 위원 2명을 유가족과 야당의 사전 동의를 받아 추천하기로 한 재협상안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여야 재협상안을 추인하지 못하고 파기한 새정치연합의 책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교착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세월호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박 대통령과 여당의 '통 큰' 결단을 촉구하는 여론도 없지 않다.
새정치연합은 여야 재협상안에도 불구하고 유가족이 동의하는 세월호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서는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야당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도 싸늘하기는 마찬가지다. 유가족과 협의도 하지 않은채 덜컥 여야 합의를 해놓고 이를 추인도 하지 못해 장외로 뛰쳐나가는 '정치력 부재'에 대한 비판적 여론도 추석 밥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민생법안 만이라도…" vs "세월호법과 함께" = 세월호법 대치속에서 경제활성화법, 민생법안을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해서도 여론은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세월호법을 볼모로 시급한 경제·민생법안의 처리를 막고 있다는 이른바 '발목론' 공세를 펼치고 있는 반면, 새정치연합은 "세월호법이야말로 최우선적인 민생법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들에서는 세월호법이 합의가 되지 않더라도 다른 시급한 민생법안들은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추석연휴가 끝난 후 오는 15일 본회의를 열어 본회의에 계류중인 비쟁점 90여개 법안들이라도 우선 처리하자고 여야 원내대표에 제안해둔 상태이다.
경제활성화법안의 경우 이른바 경제살리기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여권의 논리가 어느 정도나 추석 밥상머리에서 먹혀들지가 관심이다.
새누리당도 추석용 정책홍보물에 당이 추진하는 최우선 5대 법안 및 5대 신(新) 사회위험 해결 법안, 소득 주도성장 지원 법안 등을 소개한 것도 이를 감안한 것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새정치연합은 정부여당이 우선 처리해야 할 법안으로 열거하고 있는 법안들중에는 '가짜 민생법안'이 적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폐지법', '의료영리화 추진 법안' 등 총 11건의 경우 상당수가 서민에게 독이 되는 '가짜 민생법안'이라며 여당 논리의 확산에 저지선을 치고 있다.
연계 처리냐, 분리 처리냐를 둘러싼 추석 여론이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추석연휴 이후 본회의 등 국회 의사일정이 좌우될 전망이다.
◇'말로만 정치혁신'도 비판 도마 위에 = 지난 5월2일 이후 정국 파행으로 단 한 건의 법률안도 처리하지 못한 '식물 국회', 세월호법 합의도 이뤄내지 못하면서도 동료 의원 체포동의안은 부결시키는 '의리 국회' 행태도 추석 여론의 심판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7·14 전당대회 전후로 줄기차게 내세운 '보수 혁신' 슬로건도 추석 민심의 터널을 지나가야 한다.
'특권·기득권 내려놓기'라고 외쳐온 김 대표로서는 "비리 혐의를 받는 동료의원을 감싸는게 특권 내려놓기"냐는 지적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김 대표가 추석연휴 이후 당의 상설기구인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혁신 드라이브를 재가동하겠다고 밝힌 약속이 비판 여론을 얼마나 상쇄시킬지도 관전포인트이다.
새정치연합은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선 등 잇따른 선거패배와 세월호특별법 협상과정에서 보여준 합의파기 등 '자중지란'에 대한 비판과 쇄신 여론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또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의 책임을 여당에 돌리고 있지만, 표결 숫자 등을 보면 적지 않은 야당 의원들도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관측돼 여론의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