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25 04:33 AM
단통법 시행 임박, 제조사 ‘심드렁’
자급제 단말기 활성화 방안을 담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이 임박했지만, 국내 제조사는 자급제 스마트폰 확대에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급제 단말기란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일선 전자제품 매장이나 오픈마켓 등에서 공기계 형태로 판매하는 단말기를 뜻한다.
지금까지는 이동통신사에서 직접 제품을 사지 않고 자급제 단말기를 사면 보조금을 받을 수 없고, 스마트폰 값을 오롯이 소비자가 내야 했다.
그러나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단통법 6조는 "이동통신사업자는 (…) 지원금을 받지 않고 이동통신서비스에 가입하려는 이용자에 대해 지원금에 상응하는 수준의 요금할인 등 혜택을 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자급제폰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했다.
'분리요금제'로 불리는 이 규정에 따라 한동안 국내 제조사도 자급제 스마트폰 판매를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팬택 등 국내 제조사들은 한 목소리로 자급제 스마트폰을 적극적으로 판매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괜히 이통사의 심기를 거스를 필요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관계자들은 자급제 스마트폰 확대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이후 이통사에 스마트폰을 한 대도 공급하지 못한 팬택은 기존 제품을 자급제 단말기로 전환해 약간이나마 현금흐름을 개선해볼 여지와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팬택 역시 이통사와 공급재개 협의에 나서면서 이통사를 통한 판매 비중을 더 견고히 가져가려는 계획을 갖고 있을 뿐 당장 자급제 단말기를 확대하는 정책을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유통의 거의 대부분이 이통사의 대리점·판매점에서 이뤄지는 국내 시장의 특성상 이통사에게 잘못 보이면 제품 판매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자급제 단말기를 직접 구입해 이통사에 가입하는 이용자가 적은 것도 제조사가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그러나 외산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온도차가 다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제조사의 제품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외산 스마트폰 업체는 이 같은 기회를 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애플은 이미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아이폰을 공기계 형태로 팔고 있다. 최근 공개된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도 국내 출시가 결정되면 비슷한 방식으로 팔 것으로 예상된다.
소니코리아도 엑스페리아 제품을 공기계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제품을 팔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공기계 위주 판매다.
분리요금제는 자급제 단말기로 국내에 출시된 것 이외에 해외에서 산 외산 스마트폰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샤오미나 화웨이, 메이주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제품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통사와 스마트폰 제조사의 보조금 규모를 나눠 공개하는 분리공시제의 도입이 무산됨에 따라 분리요금제의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분리요금제를 시행하려면 전체 보조금 규모 중 이통사 지원금이 얼마인지를 파악해 할인요율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