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04 09:11 PM
지난해 대기업을 그만두고 경기도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모(50)씨는 대출금 때문에 밤잠을 못 이룬다.
6년 전 전세 낀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이미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상황이지만, 창업자금 마련을 위해 추가로 담보대출을 신청하다 보니 대출금은 어느새 2억원을 넘어섰다.
김 씨는 "애초 사업자금이 모자라면 아파트를 내다 팔 생각이었지만, 살 때보다 가격이 많이 내려간 데다 사겠다는 사람도 없다"며 "경기가 안 좋아 장사는 잘 안 되는데 이젠 부족한 생활비와 이자를 카드론으로 막아야 할 판"이라고 씁쓸해했다.
김씨와 같은 생계형 대출 문제가 한국 가계부채 문제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5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982조5천억원으로. 지금 증가 추세대로라면 가계대출 잔액이 올해 안에 1천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가계대출에는 은행, 상호금융 등 예금취급기관 뿐 아니라 보험사, 대부사업자, 공적금융기관 등 전체 금융기관의 대출이 모두 포함된다.
이 가운데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만 보더라도 7월 한 달간 5조7천억원이 늘었다. 8월에도 가계대출 급증세는 이어져 은행 가계대출이 14개월래 최대치인 4조6천억원 어치 늘었다.
이에 따라 8월 말 가계대출 잔액이 최소 993조원에 달하는 만큼 연말에는 1천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가계대출에 신용카드사의 판매신용까지 더한 가계신용은 이미 작년 말에 1천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한국은행은 최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은행 가계대출은 2014년 2분기 들어 주택거래 증가, 은행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확대 노력 등으로 증가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벼랑 끝에 몰린 베이비부머 자영업자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해 감소한 자영업자 6만7천명 가운데 82%(5만5천명)가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을 하다 폐업했다. 베이버부머가 손쉽게 창업하는 음식점 등이 문을 닫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 2011년에 새로 창업한 99만4천명 중 85%(84만5천명)가 지난해까지 폐업 수순을 밟았다는 통계도 있다. 이는 "창업 후 2년을 버티기 힘들다"는 세간의 통념을 통계치로 증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부족한 생활비를 메우거나 창업 등에 나설 때도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싼 주택담보대출에 더 끌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문제는 실제 주택 구입보다 생활자금, 사업자금 등을 위해 대출을 받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라며 "이는 경기악화로 서민은 물론 중산층의 살림살이마저 팍팍해졌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