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07 09:43 PM
단통법 시대 통신요금·스마트폰값 인하론 대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통신요금과 스마트폰 출고가가 인하돼야 한다는 의견이 업계에서부터 조금씩 터져 나오고 있다.
이동통신사나 제조사나 과열 보조금으로 경쟁을 해온 관행에서 벗어나 조금씩 요금·가격 경쟁과 서비스·제품 경쟁에 나서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가 다시금 대두하는 모양새다.
8일 전자·통신업계에 따르면 가장 먼저 이 같은 주장을 내놓은 것은 시민단체들이지만, 이어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등도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했고 소비자들도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업계에서는 요금·출고가 인하가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 가장 먼저 통신비 인하 포문 연 시민단체들
참여연대와 통신소비자협동조합 등 시민단체들은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전체적인 보조금 규모가 줄어들었다는 지적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이 지켜지려면, 이동통신사의 통신요금과 제조사의 스마트폰 출고가를 모두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실제로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이동통신사들이 공개한 보조금 고시를 보면 갤럭시 노트4에 8만∼11만원 안팎의 적은 보조금이 실리면서 단통법 시행 이전과 견줘 판매 가격이 오히려 상승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갤럭시 노트4가 예상보다 적게 팔려 삼성전자가 당황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성 소문도 돌고 있다.
애플 아이폰5s는 이통사 2년 약정을 걸고 보조금을 받았을 때의 할부원금보다 애플 공식 온라인 매장에서 공기계(자급제 단말기) 새 제품을 사는 것이 더 저렴한, 기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는 물론 애플이 글로벌 시장에 아이폰6·6플러스를 출시하면서 아이폰5s의 가격을 낮춰 발생한 것이지만, 소비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지게 됐다.
누리꾼들은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단통법 시행으로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 정부도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
사정이 이렇게 되자 정부도 법 시행 이후 예상과 다른 전개에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단통법 도입 첫날인 지난 1일 "이동통신사들이 보조금을 올려야 한다"고 발언한 데 이어 7일에는 "해외와 비교할 때 국내 휴대전화 출고가가 높은 편"이라고 지적하는 등 이통사와 제조사를 압박했다.
이어 "그래도 출고가 인하 등이 잘 안 되면 알뜰폰이나 외국 제품을 국내에서 불편 없이 쓸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등 옆에서 영향을 줄 수는 있을 것"이라며 추가 대책 마련을 시사했다.
정부로서도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가계통신비 인하를 이뤄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데다, 단통법이 기업의 배만 불리는 정책이라는 여론이 일면서 이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과제가 추가로 주어진 셈이다.
당초 방통위와 미래부 등이 적극 추진했던 '분리공시제(이통사 보조금과 제조사 판매장려금을 분리해 공개하는 제도)' 도입이 무산된 점도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최 위원장이 "(정부가 휴대전화의)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직접적인 방법은 없다"면서도 업체들을 압박하는 발언을 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 업계는 요금·출고가 인하에 미온적
정부와 시민단체, 소비자의 시각과 달리 업계는 아직 요금·출고가 인하에 다소 미온적으로 반응하고 있어 대조를 보인다.
이통사들은 단통법 시행을 앞둔 지난달 기자간담회 등에서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당장 요금 인하를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단통법 시행 이후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과 그 효과 등이 검증되려면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통사들은 요금을 한번 내리면 다시 올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첫 방아쇠를 당기는 데 신중한 모양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이동통신업계가 줄곧 주창해온 대로 보조금 경쟁을 벗어나 요금·서비스 경쟁에 나설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만큼 장기적으로 요금인하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당장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제조사들은 이통사보다 스마트폰 출고가 인하에 더 부정적인 분위기다. 출고가를 더이상 인하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소비자의 오해와 달리 스마트폰 가격에 거품이 낀 것이 아니다"라며 "신기술 개발과 해외 가격과의 균형 등을 고려하면 추가 인하 여력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전반적으로는 출고가를 당장 인하지는 않더라도, 단통법 시행 이후 제조사 판매장려금이 크게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그만큼의 출고가 인하는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편 단통법 시행 이후 통신요금을 인하하려면 통신요금인가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금 등장하고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통신요금을 인가받도록 하는 제도 때문에 요금인하 경쟁이 저하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라고 해도 요금을 내릴 때는 신고만 하면 된다는 점을 들어, 요금인하 경쟁을 위해 인가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