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21 03:53 AM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23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최 부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과감한 경기부양책과 가계소득 증대세제 등의 정책을 쏟아내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살아나는 듯했던 경기가 다시 침체 분위기로 돌아서고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초이노믹스'는 다시 시험대에 서게 됐다.
◇ 일주일에 하나꼴로 정책 발표…'역발상' 눈길 끌기도
최 부총리는 지난 7월 16일 취임 이후 14주간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을 포함해 13개의 정책 대책을 발표했다. 거의 일주일에 하나꼴이다.
최 부총리가 이끄는 새 경제팀은 '과감한 재정정책'을 표방하면서 출범하자마자 41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재정·금융 지원책을 내놨다.
2015년도 예산안도 올해보다 5.7% 늘어난 376조원으로 편성했다. 경제 주체들에 자신감을 불어넣고 경기에 자극을 주기 위한 것이다..
최 부총리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등 부동산 부양에 나서는 한편 유망서비스업 육성방안과 여성고용 및 시간선택제 일자리 대책 등을 통해 구조개혁 문제도 다뤘다.
'발상의 전환'을 통한 정책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악재'로만 여겨지던 엔저(円低)를 기회로 활용해 기업이 설비투자를 확충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엔저 대응 및 활용방안, 상가 권리금을 법적 테두리 안으로 끌어온 자영업자 대책도 새로웠다는 평가다.
성남 새벽인력시장과 인천 남동산업단지, 천안 남산중앙시장, 대전 사이언스대덕어린이집 등 정책 관련 현장도 수차례 방문했다.
이달 초에는 미국 뉴욕을 찾아 해외투자자들을 상대로 한국경제설명회(IR)를 개최해 '초이노믹스'를 세계 금융·경제 무대에 소개했다.
◇ 경제 경착륙은 일단 차단
최 부총리의 과감한 경기 부양책이 발표된 직후 자산시장에는 어느 정도 온기가 돌았다.
'41조원+α'의 확대 재정 정책과 기업 배당을 늘리는 배당소득 증대 세제 등이 연달아 발표되자 증시는 움직였다.
취임 당시 2,000선을 조금 넘었던 코스피는 취임 초기인 지난 7월 말 2,082.61포인트까지 올랐다. 8월의 하루 평균 주식 거래량은 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10월 들어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에 따른 신흥국 자금 유출과 국내 기업 실적 부진 등 대내외변수가 겹치면서 코스피는 1,900선까지 다시 추락했다.
최 부총리 취임 이후 발표된 DTI, LTV,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등 부동산 규제에 대한 완화 조치를 내놨다.
이에 따라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기준으로 전국의 주간 아파트값은 상승폭이 다소 둔화했지만 전주 대비 0.11% 올라 16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취임 초기 성적만 놓고 보면 최 부총리가 과감한 정책으로 경제 주체의 자신감을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바클레이스 등 주요 외신과 투자은행(IB)들도 '초이노믹스'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김정식 한국경제학회장은 "내수 부양을 위해 확대 재정 정책을 쓰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까지 내려가 재정·통화정책을 통해 경제의 경착륙을 막을 수 있었다"면서 "부동산 규제 등을 완화해서 부동산 경기가 약간 살아나는 기미가 있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심리개선 못 따라가는 실물 경제…대내외 변수 불거져
그러나 최 부총리의 '초이노믹스'는 이제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저성장·저물가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정·세제 등을 총동원하고 한국은행도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으나 각종 지표는 다시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직전 분기보다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2년 3분기(0.4%) 이후 7개 분기 만에 최저다.
8월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3.8% 줄어 금융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고, 설비투자도 10.6% 줄었다.
물가는 23개월째 1% 이하를 맴돌고 있다.
7월까지 국세청 세수 진도율이 58.2%에 그쳤다. 8조5천억원의 세수가 덜 걷혔던 지난해보다도 올해 세수상황이 나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소매판매액 지수가 세월호 참사 직후 '최악의 상황'에서는 회복되는 분위기다. 경기동행·선행지수 순환 변동치도 수개월째 100을 웃돌며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은 상황이다.
여당 원내대표 출신인 최 부총리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던 각종 경제 법안들이 여전히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담뱃세 인상에 따른 증세 논란, 확장적 재정정책의 그늘인 재정건전성 악화 문제도 만만찮다.
여기에 대외 변수도 불거지고 있다.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라 신흥시장에서부터의 자금 유출이 가시화되는 한편, 일본의 엔화 약세와 중국의 추격은 계속되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정책 시차 등을 고려할 때 100일의 성과를 단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대책의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앞으로 원·엔 환율 안정화와 기업 투자여건 조성, 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한 적극적인 자세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