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05 01:58 AM
스펙 초월 ‘삼성 고시’…파장 클 듯
By 김진규
이제 학점 3.0만 넘으면 누구나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칠 수 있는 시절은 갔다.
삼성그룹이 내년 하반기부터 3급(대졸) 신입사원 채용과정에 새로 ‘직무적합성평가’를 도입, 이 단계를 통과한 지원자만 SSAT를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직무적합성평가는 필기 시험이나 실무 테스트를 시행하기 전에 상당수의 지원자를 걸러낸다는 점에서 서류전형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통상의 서류전형이 출신대학, 학점, 어학성적, 자격증 등 스펙을 기준으로 삼는 데 반해 직무적합성평가는 출신대학 등 직무와 무관한 스펙은 고려하지 않는 것이 차이점이다.
삼성그룹은 "직무적합성평가에서는 직군별로 필요한 직무역량을 중심으로 평가하며 출신대학 등 직무와 무관한 스펙은 반영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직무적합성평가는 지원하는 직군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영업·경영지원 직군은 직무 에세이를 본다. 여기에는 해당 직무와 관련해 어떤 경험을 해봤는지 적어내면 된다. 에세이 주제는 계열사별로 다르다. 에세이 평가는 현업부서 직원들이 직접 하며, 지원자의 이름·출신학교 등 개인정보는 모두 가려진다.
이준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영업직의 경우 리더십, 팀워크, 사교성 등 적합성을 갖추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직무에세이는 글 쓰는 능력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직무에 어떤 관심을 가졌는지 실제 사례를 구체적으로 적시해줘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실제 하지도 않은 경험을 번지르르하게 허위로 제출하는 경우에는 심층 면접을 통해 걸러낸다"며 "영업직군은 1박2일 면접, 풀데이(full-day) 면접 등이 새로 도입된다"고 말했다.
연구개발·기술·소프트웨어 직군은 에세이를 쓰지 않고, 전공 이수과목 수와 난이도, 전공과목 점수 등을 종합 평가한다. 심화 전공 수업을 많이 듣고, 전공 학점이 높은 지원자에게는 SSAT 가산점을 준다.
수학, 물리 등의 공학기초 과목과 설계실습이 포함된 과목 등을 심도 있게 공부하고, 지원회사와 연관된 과목을 많이 이수하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학인증제도(ABEEK)는 가산점과 무관하다.
소프트웨어직군은 SSAT를 치르지 않고 일종의 실기시험인 '소프트웨어 역량테스트'를 봐야 한다. 이 테스트는 프로그래밍 개발 능력(코딩, 알고리즘)을 평가하는 것이다. 4시간 동안 치르는 일종의 실기시험이다.
SSAT를 통과하면 면접 전형이 남아있다. 이 전형은 전 직군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면접은 기존 실무면접→임원면접 2단계에서 실무면접→창의성 면접→임원면접으로 복잡해졌다.
신설된 창의성 면접에서는 지원자의 토론 능력을 본다. 지원자가 주어진 주제에 관해 설명하면, 면접위원이 추가로 질문하는 방식이다. 지원자가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논리적으로 발전시켜가는 과정을 평가하는 것이다. 세부적인 평가방식은 추후 안내할 예정이다.
삼성은 올해 초 도입하려다가 대학가의 반발로 철회한 대학총장추천제는 다시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은 또 지방대학 35%, 저소득층 5%로 할당한 열린 채용제의 취지는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