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11 08:38 PM
모바일뱅킹이 은행들의 새로운 수익원이자 영업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상경계 중심의 은행권 채용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오 프라인 창구에서 온라인(인터넷)으로, 다시 모바일로 바뀌는 채널 전략에 맞춰 이공계 전공자에 채용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다. 잇따른 정보유출 사고, 현 정부가 강조하는 기술금융 활성화 등과 겹쳐 은행들은 이공계 출신을 우대하는 추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올해 하반기 채용의 '일반부문'에서 이공계 전공자를 우대했다. 우리은행도 하반기 채용에서 '정보기술(IT) 관련 전공자와 프로그래밍언어 능통자'를 우대 조건으로 명시해 인력을 뽑았다.
신한은행, 하나은행, 외환은행, 기업은행[024110] 등 다른 은행들도 이공계 출신 우수 인력을 채용하는 데 주력했다. 이들은 주로 모바일뱅킹 사업 부서나 기술금융 관련 심사 부서, 전산개발·관리 부서 등에 배치됐다.
한 시중은행 인사 담당자는 "스마트뱅킹을 주도하려면 아무래도 이공계 출신이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는 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며 "정보 보안과 기술금융이 주목받는 것도 이공계 채용을 확대하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 인사 담당자도 "이공계 출신이라고 무턱대고 가산점을 주지는 않지만, 인력 수요를 조사할 때 이공계 출신을 선호하는 부서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최근 들어 공채 행원 중 이공계 출신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모바일뱅킹 전담 조직인 스마트금융사업단의 경우 2개 부서의 인력 중 37%가 이공계 출신이다. 스마트금융사업단은 전날 출시되면서 주목을 받은 '뱅크월렛카카오' 사업 등을 담당하는 부서다.
은행들은 IT 기술을 활용한 상품 개발 수요가 늘어 이공계 출신이 많이 필요해진 가운데 기존 업무 중 파생상품 개발이나 트레이딩 등에서도 이공계 출신이 두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이공계 인력 채용 확대는 정부도 긍정적으로 여기면서 이를 독려하는 모습이다. 이공계 인력이 늘어날수록 정부가 추진하는 기술금융 활성화 여건이 마련된다는 판단에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8월 정책금융공사에서 간담회를 열어 "금융기관이 이공계 등 전문인력과 조직, 평가모형을 확보해 기술금융 역량을 확충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모바일뱅킹 확산은 은행의 전체 채용 규모를 줄이는 요인이어서 이공계를 제외한 은행 취업 희망자 입장에서는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각 영업점 창구에 배치된 인력이 점차 '잉여 인력' 취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650명의 희망퇴직을 받은 한국씨티은행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희망퇴직을 추진할 당시 씨티은행은 "디지털뱅킹 발달로 90% 이상의 거래가 비대면 채널에서 발생한다"는 사유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