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19 12:26 AM
삼성중공업・ENG 합병 ‘무산’…"추후 합병 재추진"
By 김진규
[재경일보 김진규 기자] = 19일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 추진이 최종 무산되면서 육상과 해상 플랜트의 통합이라는 국내 초유의 실험이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됐다. 그러나 두 회사의 합병 차질이 그룹 전반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배구조 개편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전망이다. 두 회사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변방에 있는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합병이 좌초한 것은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이 예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17일까지 신청한 주식매수청구 현황을 집계한 결과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행사한 주식매수청구액이 합병 계약상 예정된 한도를 초과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주주중 합병에 반대해 주식매수를 청구한 금액은 총 7063억원으로 당초 정한 매수대금 한도인 4100억원을 넘어섰다. 또 삼성중공업에 대한 주식매수 청구금액 9235억원까지 합쳐 양사가 계획대로 합병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총 1조6299억원의 주식매수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주식회사의 합병·영업양도 등 주주의 이익과 중대한 관계가 있는 사안에 대해 반대 주주가 자기 소유주식을 '공정한 가격으로 매수해달라'고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과도한 주식매수청구 부담을 안고 합병을 진행할 경우 합병회사의 재무상황을 악화시켜 궁극적으로 주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보고 이같이 결정했다.
삼성중공업측은 “주식매수청구 행사 과정에서 드러난 시장과 주주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이를 겸허히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합병 조건에 따라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과도하게 많아 회사 입장에선 자금 부담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두 회사는 그동안 양사 합병에 따라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를 투자자들에게 설명해 왔으나 주식시장 침체와 전반적인 업황 부진의 여파로 최근 주가가 주식매수청구 행사가보다 하락하자 합병 무산을 선언했다. 두 회사는 합병 무산에도 해양플랜트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시장 지배력을 키우기 위해 두 회사간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도 강조했다.
결국 시장과 주주들의 반대로 이번 합병이 무산됐지만 위기에 처한 두 기업으로선 활로를 찾는 차원에서 합병을 재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앞으로 합병을 재추진할지 여부는 시장 상황과 주주의견 등을 신중히 고려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합병의 필요성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면서 "주식매수 청구분이 과다한 점 등 당장의 시장상황을 고려해 합병계약을 해제했지만 추후 합병이 재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사의 합병을 재추진하더라도 실적 회복 등 주요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단시일 내 재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