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22 07:45 PM
여성 인구가 남성 인구를 내년에 처음으로 추월하면서 드러나기 시작하는 저출산·고령화의 징후는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재앙에 가깝다.
우선 저출산·고령화는 전반적인 노동력 감소로 이어지면서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경제에 활력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생산인구가 줄어들면서 세입도 감소한다. 반면에 부양인구가 늘어나면서 세출은 증가한다. 증세나 대규모 세출 구조조정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나라 살림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 2060년 성장률 0.8%로 추락…2020년 소비 절벽
23일 정부 당국과 민간 연구소 등에 따르면 저출산·고령화의 징후가 내년을 시작으로 점차 두드러지기 시작한다.
내년 중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3천69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73.0%를 차지하게 된다. 이는 1960년 인구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비중으로 내년을 정점으로 생산가능 인구 비중이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2060년에는 49.7%까지 떨어지게 된다.
저출산·고령화는 기본적으로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이어지면서 잠재성장률 하락을 불러온다.
국회예산정책처(이하 예정처)는 '2014~2060년 장기재정전망' 보고서에서 저출산·고령화로 올해 3.6%로 예측되는 실질 성장률이 점차 하향곡선을 그려 2060년에는 0.8%로 떨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예정처는 인구 고령화로 총요소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2014~2020년에 평균 3.8%를 기록하던 성장률이 2026~2030년에 2.6%로, 2041~2045년에는 1.7%로 내려선 후 2060년대에는 0%대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인구 고령화의 경제적 파장' 보고서에서 핵심노동력(25~49세)의 비중 축소가 노동생산성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연구소는 고령화의 여파로 2010~2018년 잠재성장률은 3.7%, 2019~2030년은 3.0%로, 2000~2010년의 4.1%에서 0.4%포인트, 1.1%포인트씩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무역연구원은 한국인은 47세에 소비가 정점에 달한다면서 이 연령대의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2020년께를 기점으로 한국은 소비 둔화와 함께 경제가 하강하는 인구 절벽에 도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재정, 2033년 한계수준…2060년 국민연금 바닥
저출산·고령화는 국가 재정에도 엄청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돈 버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부양해야 할 사람은 늘어나다 보니 재정이 견뎌내지 못하는 것이다.
예정처는 GDP에서 국세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15.2%를 시작으로 2018년에 정점을 찍은 후 2023~2060년에 14% 중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반면, 총지출은 올해 GDP의 25.4%에서 2060년 32.6%로 점차 늘어날 것으로 봤다. 특히 공적연금과 사회보험 등 복지분야 의무지출은 올해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7%에서 2060년에는 32.5%로 폭증하게 된다.
잠재성장률 둔화로 총수입 증가율(3.6%)이 총지출 증가율(4.6%)에 미치지 못하면서 통합재정수지는 2021년을 기점으로 적자 전환할 것으로 봤다.
특히 2033년을 기점으로 채무증가분을 재정수지 흑자나 국채 발행을 통해 갚을 수 없는 상황이 온다고 봤다. 즉 증세나 대규모 세출 구조조정 없이는 재정이 지속 불가능한 상황이 온다는 의미다.
경기개발연구원은 '저출산·고령화의 사회경제구조 분석' 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이 2060년에 -214조원으로 고갈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2050년께 가입자보다 수급자가 많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서 한때 2천110조원까지 달했던 국민연금 재정도 바닥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고령화에 따른 노년부양부담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미 취업자 1인당 20만원을 노년 부양비로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65세 인구를 15~64세 인구 중 취업자로 나눈 실질 노년부양비는 2000년 16.4%에서 2014년 26.5%로 급증했다. 이는 100명의 취업자가 26명의 노인을 부양하고 있다는 의미다.
◇ 증시·부동산에 악재…주택은 중형 추세로
저출산·고령화는 자산시장에도 상당한 지각 변동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선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에는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노년층들이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금융·부동산 자산을 처분하다 보면 가격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소득이 줄어든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후 생활을 위해 그동안 해외에 축적해 뒀던 자산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저축률이 투자율보다 빠르게 하락하고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상품 측면에서는 연금과 채권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주택시장에서는 중소형과 중대형 등 중형 주택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DI는 '고령화·소가족화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앞으로 1·2인 가구의 증가는 청·장년보다 주로 노년층에서 발생하는데 이들 노년층은 소형주택으로 가기보다 기존에 마련한 주택을 유지하는 경향이 크므로 중형 주택에 대한 수요로 연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령자와 청년층이 일자리를 두고 세대 간 충돌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고령자의 고용 연장이 청년층의 취업난을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데이터를 실증분석한 결과, 50대 고용률이 1%포인트 증가할 때 20대 고용률이 0.5%포인트 감소하는 등 세대간 고용 대체 현상이 발생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