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26 03:14 AM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이 26일 삼성의 석유화학·방위산업 부문 4개 계열사의 매각·인수를 통해 사업부문 '빅딜'을 단행했다.
삼성그룹의 석유화학부문인 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과 방산부문인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를 한화그룹에 넘기는 초대형 양수도 계약이다.
계약 규모는 시장가격으로 1조9천억원대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향후 경영성과에 따라 가격 조정이 이뤄질 수 있어 전체 빅딜 규모는 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이 복수의 주요 계열사를 한꺼번에 패키지로 매각한 것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그룹은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 두 회사만 남기고 화학부문 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한다. 삼성정밀화학은 신수종 사업인 2차 전지분야의 시너지효과를 위해 남기기로 했다.
삼성은 화학·방산 부문을 처분함으로써 그룹 구조를 전자, 금융, 건설·중공업, 서비스로 단순화하게 됐다.
이번 빅딜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 경영권의 승계 구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삼성의 석유화학 및 방위산업 계열사를 인수함으로써 자산 규모를 50조원대로 늘리고 재계 서열 10위에서 9위로 한 계단 올라선다.
자산규모 37조원인 한화그룹은 자산가치가 13조원에 달하는 삼성 계열사 4개사를 한꺼번에 인수함에 따라 한진그룹(39조원)을 추월하게 된다.
삼성과 한화는 한화 측이 올해 4∼5월 삼성테크윈 사업부 인수를 삼성 측에 제안했고 이후 6개월여에 걸친 협상 끝에 빅딜을 마무리했다.
처음에는 방산부문에서 협상이 시작됐지만, 삼성테크윈이 방산 전자장비를 생산하는 삼성탈레스 지분 50%를 갖고 있고 삼성종합화학의 지분 23.4%도 보유하는 등 지분 보유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계약 규모가 커졌다.
최근 석유화학 사업에서 고전해온 삼성은 방산부문에 더해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게 됐다.
한화그룹은 이날 삼성종합화학, 삼성테크윈[012450] 등의 지분 인수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한화그룹은 이날 중 삼성테크윈 지분 32.4%,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 등을 삼성그룹 측으로부터 인수하는 주식인수 계약을 체결한다.
㈜한화[000880], 한화케미칼[009830], 한화에너지 등은 이사회를 열고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삼성 계열사인 삼성전자[005930], 삼성물산[000830] 등도 이날 오전 이사회와 경영위원회를 열어 삼성테크윈 지분과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측이 보유한 삼성테크윈의 지분 전량인 32.4%를 ㈜한화가 8천400억원에, 삼성종합화학의 지분 57.6%(자사주 제외)는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가 공동으로 1조600억원에 인수한다.
추후 경영성과에 따라 한화가 1천억원을 삼성측에 추가 지급하는 옵션도 설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은 이번 거래로 삼성테크윈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경영권을 확보했다. 삼성테크윈은 삼성탈레스 지분 50%도 갖고 있어 한화그룹은 삼성탈레스의 공동경영권까지 손에 넣었다. 삼성테크윈은 삼성종합화학의 지분 23.4%(자사주 제외)도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또 인수한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자사주 제외)에 삼성테크윈이 보유한 삼성종합화학의 지분 23.4%(자사주 제외)까지 더해져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총 81%(자사주 제외) 확보함에 따라 이 회사 경영권까지 갖게 됐다.
삼성종합화학은 아울러 삼성토탈의 지분 50%도 보유하고 있어 한화그룹은 삼성토탈의 공동경영권도 획득했다.
한화그룹은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인수를 통해 2013년 기준 방위사업 부문 매출이 1조원 규모에서 약 2조6천억원으로 증가, 국내 방위사업 분야 1위로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인수를 통해 18조원에 달하는 석유화학사업 부문 매출규모를 갖추게 돼 석유화학산업에서도 국내 1위 업체로 올라선다.
한화그룹은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한화그룹의 역사에서 성장의 모태로 인식돼온 방위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의 위상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본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방위사업과 유화사업의 핵심 역량 강화를 위해 한화측 제안으로 시작된 이번 거래가 성사됨으로써 선택과 집중 전략에 기반한 중장기 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일단락하는 동시에 주요 사업부문에서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삼성테크윈이 보유하고 있던 국내 유일의 완제 비행기 제조업체인 KAI의 지분 10%도 확보하게 됨에 따라 방산 산업의 핵심인 항공기 제조업에도 뛰어들 단초가 마련돼 향후 행보도 주목된다.
한화그룹측은 "내년 상반기 안으로 인수 가격을 정산한 후 거래를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인수 대금 분납으로 재무적 부담도 줄였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대금 지급은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에너지 3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기반으로 삼성테크윈 인수금은 ㈜한화가 2년에 걸쳐 나눠내고, 삼성종합화학 인수금은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가 공동으로 3년에 걸쳐 나눠 지불한다.
현재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에너지 등 3개 회사가 보유한 현금 총계는 3천억원에 이르고, 매년 3사가 창출하는 이익도 2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한화, 한화케미칼이 매년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 도합 1천억원을 더하면 실탄은 크게 부족한 편이 아니라고 한화그룹측은 설명했다. 한화그룹은 인수에 필요한 현금이 부족할 경우에는 보유자산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도 고려할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또 "인수하는 회사의 고용을 그대로 승계하고, 삼성의 문화와 한화그룹의 문화를 융합해 그룹의 미래 사업을 선도하는 새로운 자양분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