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28 02:44 AM
끝없는 유가하락…차·항공업계 웃고, 정유사 울고
국제유가가 끝없이 하락하면서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유가 하락을 반기고 있다. 28일 현재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천712.24원으로 2010년(1천710.41원) 평균 수준으로 내려간 상태다.
수도권에서는 휘발유 값이 리터(ℓ)당 1천500원대에 판매하는 주유소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 항공업계 "고맙다. 유가 하락"
그러나 업종별로는 명암이 갈리고 있다.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곳은 항공업계다.
항공유 가격 하락에 따라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 등은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연간 유류 소모량이 약 3천200만배럴로, 유가가 배럴당 1달러가 변동하면 유류비를 3천200만 달러 절감할 수 있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지난해 유류비는 약 4조4천억원으로, 유가가 배럴당 1달러 하락할 때마다 약 348억원의 유류비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은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 감소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항공유 가격 하락으로 인한 유류비 절감 효과 등에 힘입어 작년 같은 기간(1천601억원)보다 50.3% 증가한 2천407억원을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도 배럴당 유가가 1달러 하락할 경우 157억원의 유류비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자동차업계, '차 판매 늘어나나?' 촉각
자동차업체들도 유가 하락이 자동차 판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손익계산에 분주하다.
과거에는 기름 값이 내리면 가계의 소비도 늘어나 자동차 수요도 늘어난다는 것이 정설이었지만, 최근에는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유가 하락이 구매로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인데다 소비심리가 바닥이기 때문에 기름 값이 떨어졌다고 수요가 크게 늘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경기회복세를 보이는 미국의 경우는 지난달 자동차 판매가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6% 증가했다. 미국 내 유가는 최근 갤런(3.79리터)당 3달러 이하로 떨어져 201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 등 선진국 사례를 보면 픽업트럭이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대형차의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하이브리드차와 같은 친환경 차는 상대적으로 판매가 줄어들 수 있다. 실제로 올해 10월까지 미국의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38만7천741대에 그쳐 작년 같은 기간보다 8.4%나 감소했다.
친환경차 수요가 줄어들면 국내 완성차업계가 친환경차를 개발할 시간을 벌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유가 하락은 연비가 탁월한 친환경차 확산을 늦춰주기 때문에 현대·기이차에 친환경 차를 개발할 시간을 벌어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기이차는 현재 7개인 친환경차 모델을 2020년까지 22개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유가 하락은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에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러시아나 중동 등 산유국은 경제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고, 자동차 시장의 위축도 불가피하다.
따라서 러시아에 주로 수출하는 쌍용차뿐만 아니라 현지에 공장을 둔 현대·기아차 역시 자동차 판매가 줄어들 여지도 있다.
자동차 업계관계자는 "일시적인 유가 하락에 장단을 맞추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글로벌 판매 전략을 수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정유업계, 실적악화 우려로 '울상'
유가하락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정유업계다.
정유업계는 올 하반기부터 계속된 유가 하락으로 재고평가 손실 영향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정유사들이 보유한 원유와 석유제품 등의 재고자산을 평가하는데 취득가보다 시장가가 더 낮으면 그만큼 자산가치가 줄어 손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유사들이 3분기에 매출 비중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정유 부문에서 대규모 영업손실을 입은 것도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 손실 부담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도 유가 하락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유가 하락으로 해상유전 개발을 위한 해양플랜트 발주가 더욱 위축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간 지속적인 유가하락과 예상을 뛰어넘는 과도한 개발비용으로 이미 해양플랜트 부문의 발주는 주춤해 있거나 지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