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07 05:06 AM
경제 전문가들은 7일 "대내외 여건 악화로 내년 한국 경제 전망이 밝지 않다"면서 "정부가 이달 말에 발표할 예정인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수 이외에 다른 부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는 엔화 약세의 영향으로 내년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고용시장의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했지만 정부가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국내 주요 경제연구소들은 내년에 한국이 3%대 후반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2%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엔저 효과 때문에 그렇다. 지난 30년간 엔저 현상이 나타나면 한국 경제가 매번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원·엔 재정환율은 최근 100엔당 1천470원에서 930원대까지 떨어졌다. 역사상 이런 적이 없다. 굉장히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엔저 현상이 한국 경제에 영향을 주는 데 보통 2년 정도 걸린다. 아직은 엔저의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내년에는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미국 경제가 살아난다고 해도 한국 수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본다.
최경환 경제팀은 한국의 내수가 문제라고 하지만 내년의 화두는 수출이 될 것이다. 한국은 수출이 우선이고 내수가 받쳐주는 구조다. 한국은 일본과 다르다. 일본은 내수시장이 크기 때문에 수출 없이도 나라 경제가 굴러간다. 한국 정부가 자꾸 내수를 강조하면서 소비를 살리는 쪽으로 정책이 모아지다보니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논리가 나온다.
정부가 작년에는 추경을 하고 올해는 41조원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세입 여건상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그렇다고 증세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재정 건전성은 지켜야하는 가운데 복지 공약은 잔뜩 해놔서 난처한 상황이다. 경제 관료들이 민간 기업인들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고용시장 유연화는 사회적 반발을 일으킬 것이다. 정규직 해고를 못해서 한국 경제가 이렇게 됐나.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의 발언은 '긁어 부스럼'이다. 국민의 저항을 일으켜서 될 일도 안되게 만들었다.
정부는 정규직 해고, 임금체계 개편 등을 얘기하기에 앞서 공공부문을 먼저 개혁해야 한다. 정부가 솔선수범한 뒤 민간의 고용시장을 개편하는 것이 순서에 맞다.
◇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졌다. 서서히 회복세가 강해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의 힘이 점점 더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시 예전의 회복세로 복귀하기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도 펼치고 있지만, 이제는 회복세 자체가 과거 회복추세보다 약하게 일자형으로 꺾였다고 봐야 한다.
2017, 2018년까지 저성장 기조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무리하게 재정·통화정책을 쏟기보다는 내공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체질 개선과 성장잠재력 확충이 첫째, 투자·소비 심리를 살리는 것이 둘째다. 셋째는 위험 요소 관리다.
우리나라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성장 없는 고용'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을 뜻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화'다. 비정규직에서 시작하더라도 경력 쌓아서 정규직 될 수 있는 일자리 사다리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이중구조화를 고쳐야 한다. 장시간 근로체제 완화도 중요한 문제다.
임금체계를 손 보겠다는 정부의 방향은 맞다. 임금피크제 도입하는 것이 거기에 포함된다. 하지만 힘은 들 것이다. 보통 50세부터 생산성이 꺾이는데 임금은 계속 올라간다. 회사가 암묵적으로 희망퇴직해서 내보내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노후 준비, 교육비 등으로 50대에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간다. 결국 성과 중심으로 고용시장을 개편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공무원연금 등 3개 연금을 내년 초에 개혁해야 한다. 기회가 그때밖에 없다. 그것들을 개혁해서 재정건전성 담보하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종이 활성화되도록 유망 서비스업종을 개혁하는 것이 시급하다.
힘든 것 중 하나가 금융개혁이다. 실물이 잘 작동되도록 적재적소에 돈이 흐르도록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담보력은 없지만 잘 나갈 기술력을 가진 벤처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다.
◇ 이근태 LG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 경제가 안 좋아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지부진한 회복국면이라는 관점도 있었지만 회복 자체가 아닌 단계일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확장정책을 펼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주된 확장 방향은 재정보다는 금융쪽이다. 그리고 성장 정책 아래 내수부양과 구조개혁을 본격 가동해야 한다.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해야 한다. 다른 나라도 금리 완화 정책을 펼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우려해서 인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이 다른 나라들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독주할 수는 없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도 불확실하다. 우려 때문에 우리가 금리 조정을 못해서는 안 된다. 다른 나라들의 움직임을 참고해야 한다.
한국은 내수산업 육성이 잘 안 되고 있다. 단기 부양을 하더라도 내수 시장 여건이 안 좋다보니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구조개혁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잘 안 나타난다. 그래서 내수 육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산발적이지 않게 집중해 힘을 쏟아야 한다. 생산과 고용이 늘어나고 수요가 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고용이 유연해야 전체고용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사회안전망 등이 적을 경우 소비가 늘어나지 않는 부작용도 있다. 내수확대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플러스·마이너스 요인이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만 보면 나쁘지 않다. 하지만 낙수효과가 미흡하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통해 중소기업, 농어민, 노인 등을 많이 지원하려는 것도 낙수효과를 강화하려는 차원일 것이다.
세계적 경기여건이 좋지 않다. 내년에는 미국만 잘 버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GDP 성장률이 6%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럽과 일본은 허우적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이 너무 둔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릴 때 빨리 내리고 올릴 때 탄력적으로 올려야 하는데 너무 느리게 반응한다. 현재보다 기준금리를 한두 번 더 내려야 된다고 본다.
정부는 소득분배 구조를 개선하고 취약계층을 보호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저성장에 익숙해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이 계속해서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할 수는 없다.
정부가 정규직 고용의 유연화 카드를 들고 나온 것에는 공감한다. 한국 노동시장의 제일 큰 문제가 호봉제다. 호봉제이다보니 고령자로 갈수록 생산성과 임금이 안 맞는다. 그러다보니 민간기업은 퇴직시키려고 하고, 공기업은 퇴직은 못 시키더라도 임금 감당을 못한다. 생산성과 임금이 어느 정도는 비례하도록 바뀌어야 한다.
인생이모작, 삼모작이 가능하도록 평생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용노동부와 교육부가 잘 협의해야 하는데, 현재는 부처 이기주의가 너무 심하다.
복지 요구가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보다 정교하게 정책을 해나가야 한다. 노인 복지사업은 사례관리 방식으로 하는 게 맞다. 복지담당 공무원이 개별 노인에 대해 뭐가 필요한지 면밀히 파악해 여러 부처의 제도와 정책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전업주부한테까지 무상보육을 제공할 필요는 없다. 아동돌봄의 경우 스웨덴은 근무시간에 아이 돌봐주는 것만 정부가 보조를 한다. 그 외의 시간은 철저히 개인이 비용을 지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