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07 05:08 AM
한국 경제가 기로에 서 있다.
점점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던 경기에는 여전히 찬 바람이 불고, 미약하게나마 이어지던 회복세의 불씨도 희미해지는 모양새다.
정부는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성장모멘텀을 다시 찾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재정뿐 아니라 민간을 십분 활용한 내수 활성화와 뼈를 깎는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활력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 재정·민간으로 내수활성화…구조개혁으로 경제체질 개선
정부가 내년 성장률을 4%대로 복귀시키기 위해 준비한 실탄은 내수 활성화와 구조개혁 두 가지다.
내수 활성화의 경우, 국회를 통과한 확장적 기조의 내년 예산안 등 정부 재정뿐 아니라 민간의 힘도 최대한 빌리겠다는 방침이다.
작년 예산 대비 총지출 증가율이 5.5%에 이를 정도로 내년 예산을 확장적으로 짰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판단이다.
3년 연속 세수 펑크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마냥 정부 재정만으로 경기를 부양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생각도 깔려 있다.
정부는 민간의 여윳돈을 통해 투자를 늘리고 주택시장을 살려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내용을 이번 경제정책방향에 담을 계획이다.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본격적인 구조개혁 착수는 내년 경제정책방향의 또다른 큰 축이다.
구조개혁의 초점은 특히 노동과 금융, 교육 부문에 집중될 전망이다.
노동시장 개혁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개선해 서민 살림살이를 개선하고, 정규직 임금체계를 개편해 양질의 일자리도 늘리겠다는 생각이다.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여전한 '돈맥경화'를 해결하고 실물 경제에 돈이 돌도록 금융 부문도 개혁할 방침이다.
교육 구조개혁은 현장 수요에 맞는 인력을 공급해 구직자와 기업 간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을 푸는 것이 목표다.
◇ 정부 투자 사업·부동산 시장, 민간 자금으로 해법 찾는다
내년 경제정책방향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민간투자 활성화'는 정부로서는 '일석이조' 정책이다.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그동안 정부가 주도해 온 대형 투자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면 투자 효과는 그대로 누리되 재정은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우리 재정여건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재정정책도 창의적인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며 전향적인 민간자본 활용방안을 내놓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지금은 도로와 철도·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과 도서관·미술관·체육관 등 문화시설, 국방·군사시설 등에만 허용되는 민간투자를 교도소, 세무서 등 공공청사에 적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히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민간투자 가능 시설을 명시해둔 '열거주의' 규정을 없애고 아예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2009년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신규 도입 폐지로 민간투자사업의 리스크와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민자 사업의 인기가 주는 만큼, 리스크 완화를 위해 적정한 수준에서 수익을 나누고 비용을 보전해주는 새 기법을 개발하고 있다.
길고 복잡한 민자사업 절차를 줄여주는 것도 필수 과제 중 하나다.
그러나 야당 등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정부 방안이 확정돼도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국회에는 민자 사업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민간투자법 개정안이 이미 제출돼 있지만, 1년 가까이 처리되지 못한 상태다.
정부는 여러 차례의 대책에도 여전히 지지부진한 부동산 시장도 민간 자본을 통해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는 주택임대시장의 구조 변화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양질의 월세 공급을 늘리는 것이 목표인데, 이를 위해 '기업형 민간임대시장'을 본격 육성하기로 했다.
금융·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 등 '당근'을 통해 대형 건설업체의 진입을 유도하는 것이 골자다. 아파트처럼 '래미안', '아이파크', '푸르지오' 등 대형 건설사 브랜드의 임대주택이 등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 노동시장·금융·교육 구조개혁 '고삐' 죈다
정부는 올해 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구조개혁의 포문을 열었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더욱 본격적으로 구조개혁의 고삐를 죌 방침이다.
3개년 계획을 구조개혁의 큰 틀로 삼되, 정책 과제가 수십개에 이르는 만큼 '선택과 집중'의 묘를 발휘한다는 것이 주요 방향이다.
일단 내년에는 노동시장과 금융, 교육 분야 구조개혁에 초점을 맞춘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경우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에 달하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격차를 완화하는 것이 주요 과제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단계적 축소와 민간의 자발적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고, 고의적이고 반복적인 비정규직 차별에는 처벌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을 늘리고, 쪼개기 계약 방지를 위해 갱신횟수를 제한하는 등의 내용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정규직의 임금·고용 등을 개혁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경직된 임금 체계를 연공 중심에서 직무 중심으로 전환하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유도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고용 유연성 측면에서는 일반해고 등의 요건 완화를 검토하되 정리해고는 손대지 않기로 했다.
실물경제에 돈이 원활하게 유입되도록 금융업계의 보신주의와 소극적 영업관행 등을 타파하는 등 금융 부문 개혁도 적극 추진한다.
교육 부문에서는 일학습 병행제도 등을 더욱 활성화해 현장 수요에 맞는 인력을 공급하는 데 중점을 둔다.
임대시장 등 부동산 시장 구조개혁을 포함해 다른 부문의 체질 개선도 병행한다.
공공기관 개혁과 공무원 연금 개혁 등 공공부문 개혁의 경우 성공 여부에 따라 전체 구조개혁의 추진 동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내년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