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18 08:38 PM
지난달 전격적으로 발표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삼성ㆍ한화 그룹 간 빅딜의 후속조치가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삼성으로부터 석유화학ㆍ방위산업 부문 4개 계열사를 인수하게 된 한화그룹은 15일부터 통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합병후통합(PMI)' 전담팀을 구성해 가동하기로 했다고 한다. 한화그룹은 삼성의 기업문화를 존중하고 우수인재 보호와 조속한 안정화, 합병 후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위해 기계ㆍ방산 부문과 유화 부문으로 구분해 두 개의 PMI 전담팀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인수의 주체가 된 한화그룹은 약속한 대로 삼성의 문화를 존중하고 우수인재를 보호해 주기 바란다. 한국에서 이뤄지는 자발적 구조개혁의 최초 사례인 만큼 이번 빅딜이 다른 기업도 따라 할 수 있는 모범사례로 남아 한국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시스템으로 작동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삼성과 한화의 빅딜은 재계가 자율적으로 추진한 최대 규모의 기업 인수합병(M&A)라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삼성은 삼성테크원,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방위산업 및 석유화학 부문 4개 계열사를 1조9천억원에 한화로 넘기기로 했는데, 이는 두 그룹 모두에 이득이 될 것으로 평가됐다. 삼성은 생존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전자, 소재 등 주력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고, 한화는 주력사업인 방위산업과 석유화학산업에서 매출 1위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이번 빅딜은 이건희 회장의 공백 속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지도력을 발휘하고, 김승연 한화 회장이 결단을 내리는 등 오너들에 의해 속전속결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백화점식으로 여러 분야의 계열사를 거느리는 선단식 경영이 통하지 않는 글로벌 흐름을 타고, 최고 경영자들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재계 전체에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한화와 삼성은 이제 실천으로 이런 평가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한화그룹은 "삼성 계열사 임직원에 대한 존중과 믿음, 안정적 고용승계"가 합병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 원칙이라고 밝혔다. 기계ㆍ방산 부문의 PMI 팀장으로 임명된 심경섭 한화 대표이사와 유화부문 PMI 팀장인 김희철 한화큐셀 대표이사는 삼성계열사 직원을 100% 고용승계하고, 처우와 복리를 현재 수준과 동일하게 유지하는 한편, 삼성 계열사 임원진도 최대한 유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병과 관련해 한화로 가는 삼성맨들의 허탈감이 크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느닷없이 한화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커졌다. 한화가 합병 초기에만 화합을 중시하는 것처럼 하다 결국 좋은 자리를 한화맨이 독식하는 점령군 행세를 한다면, 우수인재들이 줄줄이 이탈하게 될 것이고 결국 한화가 원하는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도 쉽지 않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자발적 구조조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협조가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게 될 것이다. 한화는 삼성ㆍ한화 빅딜 합의가 파격적이었던만큼 합병의 디테일에서도 파격적일 필요가 있다. 상대적으로 더 나은 편인 삼성의 처우와 복지 수준을합병 후에도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할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기업을 만들어 삼성보다 더 좋은 처우를 해주겠다는 각오를 내보여야 한다. 삼성 계열사를 완전히 독립적으로 경영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장기적으로는 실적이 더 좋은 회사 쪽으로 유사 사업을 통폐합하는 결단도 필요하다. 삼성 계열사의 실력이 더 우수하다면 한화 계열사를 삼성 계열사 쪽으로 편입해 간판이 한화이건 삼성이건, 능력 있는 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인수의 주체가 된 한화가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