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22 07:53 PM
한국수력원자력은 외부로 유출된 자료가 안전에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자칭 '원전반대그룹'이 그동안 4차례에 걸쳐 공개한 자료는 한수원 내부 직원의 이름과 전화번호부터 월성1호기 감속재계통 ISO 도면, 고리1·2호기 공기조화계통 도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한수원과 정부는 이번 문서 유출로 인해 원전의 안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직원 명단이나 연락처는 원전의 안전과 아무 관련이 없는 것이고 일부 프로그램 매뉴얼은 한수원이 현재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는 해명이다.
도면 자료도 오래전의 것이고 전문가가 아니면 봐도 무슨 내용인지 알수 없기 때문에 이로 인해 당장 원전의 안전에 문제가 생기진 않는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또 만일의 경우 이런 자료를 활용해 사이버 공격을 받더라도 원전 제어망이 외부와 완전히 분리돼 운영되므로 발전소 안전운전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에 공개된 자료들이 핵심기술 자료가 아니라고 해서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은 안이한 상황인식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유출된 자료의 수준보다는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원전의 내부 자료가 외부로 유출됐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며 한수원의 보안에 구멍이 뚫린 것이라는 얘기다.
더구나 이번 자료공개를 주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원전반대그룹'이 "10만장의 자료를 갖고 있다"고 협박하는 등 어떤 자료가 더 유출됐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점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한수원은 어떤 경로로 인해 어떤 내용의 자료가 유출됐는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이 국가 최상급 보안시설이므로 숫자나 재료가 적힌 도면이 나오면 안된다"면서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 10만장이 유출됐다면 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 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공개된 자료의 수위를 보면 원전 안전에 직결되는 A급이라고 보긴 어렵고 B급 정도는 되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무조건 괜찮다, 안전하다고 반복하는 가운데 대형사고가 일어난다는 것을 우리는 수차례 경험했다"고 지적했다.
해커들은 원래 직원 명단이나 하청업체 명단 등을 빼내기 시작한 뒤 점차 핵심 자료에 접근하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무리 한수원의 보안이 완벽하다 해도 소규모 협력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하기 때문에 해커들이 협력업체를 통해 접근하는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공개입찰을 하니까 협력업체 명단은 공개된 것인데 그중에서 보안이 취약한 업체를 공격대상으로 잡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면서 "정부와 한수원이 괜찮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고 안이한 보안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