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29 02:24 AM
韓 1인당 GDP 내년 세계 24위로
By 박성규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내년에 세계 24위에 올라선 뒤 한동안 제 자리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경쟁국들도 성장을 하는데다 한국이 직면한 대내외 경제여건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29일 연구소들에 따르면 현대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은 올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2만8000달러 내외로 보고 있다. 지난해의 2만6205달러보다 6.8%(1800달러) 증가한 수치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원·달러 환율 하락이 1인당 국민소득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4일까지 올해 평균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달러당 1052.56원이다. 2008년(1103원), 2009년(1276원), 2010년(1156원), 2011년(1108원), 2012년(1127원), 지난해(1095원)의 연평균 환율보다 크게 낮다.
그동안 꾸준한 상승 추세를 이어오던 한국의 1인당 소득 순위는 내년부터 제자리걸음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8738달러로 세계 주요 35개국 중 25위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1인당 GDP와 GNI는 산출 방법이 약간 다르지만 수치상으로는 거의 차이가 없다.
2008년과 2009년에 각각 31위이던 한국의 1인당 GDP는 2010년, 2011년 각각 28위로 올라선 뒤 2012년에는 26위가 됐다.
이후 지난해와 올해에는 각각 25위로 다시 상승했지만 내년부터 IMF가 전망치를 내놓은 2017년까지는 3년 연속 24위로 제자리걸음이 예상된다.
한국의 1인당 GDP가 내년에 3만달러를 돌파해 꾸준히 상승하는데도 순위에 변동이 없는 것은 같은 조건의 세계 경제 속에서 비슷한 순위의 다른 나라들도 한국 정도의 성장은 이뤄내기 때문이다.
한국의 순위 정체는 성장엔진이 식어가는 징후로도 보여진다. 실제로 한국 경제는 대내외 악재에 둘러싸여 있다.
세계 경제 둔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엔저 등 대외 요건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소비 부진과 투자 둔화 등 내부적으로도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대외여건도 만만치 않다.
미국이 내년 중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신흥국에서 자본이 이탈해 한국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내년에는 미국이 경기 회복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나머지 세계 경제는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총선에서 승리한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아베노믹스에 더욱 박차를 가하면 엔화 약세가 더 가팔라져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
정부도 경기 부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우선 재정·통화 등 부양책을 펼쳐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면서 장기적으로 구조개혁으로 소비와 투자,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41조원+α'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시행했고 내년 예산(375조4000억원)도 올해보다 5.5% 늘렸다. 한국은행도 올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해 경기 부양에 힘을 실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수요 부진으로 인한 저물가가 심각하다"며 "내년에도 1%대의 소비자물가를 기록하지 않으려면 정부가 내수 살리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적극적인 통화정책으로 디플레이션 우려를 씻어내야 성장엔진을 다시 가동할 수 있다”며 한국은행의 역할을 강조했다.
한편 최 부총리는 최근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설명하면서 노동시장, 금융, 교육, 임대주택, 투자의욕, 가계부채 등 6대 과제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