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31 02:18 AM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물가목표 달성만을 위해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발표한 신년사에서 "낮은 물가상승률이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 하락 등 공급 요인에 기인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물가목표 달성만을 위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의) 이런 판단을 경제 주체들에게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환경 변화에 대한 체계적 분석을 토대로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적정 인플레이션 수준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로 한은의 중기 물가안정목표범위(2.5∼3.5%)의 하단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한은은 2016년부터 적용할 새로운 물가안정 목표치를 설정하는 작업을 내년에 벌일 예정이다.
이 총재는 "물가안정목표의 적용 시계, 변동 허용 범위, 대상 지표 등을 분석해 최적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내년 한국 경제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는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체질 강화와 성장잠재력 확충을 꼽았다.
그는 "정부도 구조개혁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수립했지만, 정책 방향의 올바른 설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차질 없는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조개혁의 성공적 실행을 위해 중앙은행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또 어떤 정책수단을 활용할 수 있을지 진지한 연구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내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상당 기간 국내 경제의 회복세가 완만한 가운데 물가도 낮은 상승률을 이어갈 것이므로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최근 부채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정부와 한은이 취한 정책 효과가 반영된 현상일 수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 위험 축적의 신호이기도 하다"면서 가계부채 동향을 한층 더 주의 깊게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시스템적 리스크 점검 주기를 단축하고, 지급결제 제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핀테크에 대한 감시체계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