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30 12:15 AM
By 김진규
[재경일보 박인원 기자] = 입사동기였던 A씨와 B씨는 지난해 나란히 정년퇴직해 연금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회사에 다니며
똑같은 금액의 건강보험료를 내왔고, 연금 액수와 모아놓은 재산 수준도 엇비슷한 두 사람이었지만 퇴직 후에 내는 건보료는 크게
달라졌다. A씨가 공무원인 장남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보료를 1원도 내지 않는 반면, 자영업자인 아들과 전업주부인 딸을 둔 B씨는
연금 소득과 보유 재산, 자동차를 기준으로 매달 15만원 가량의 건보료를 내야하는 것이다.
비슷한 처지인 두 사람의 건보료 부담이 하루 아침에 크게 달라지게 된 것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간의 서로 다른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때문이다.
현행 건보료 체계에서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의 피부양자는 지역가입자로 분류돼 평가소득과 재산 등에 따라 건보료를 내야하는 반면,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가 되면 개별소득 4천만원이나 과세표준 재산 9억원만 넘지 않으면 건보료 부담이 없어 본의 아니게
'무임승차자'가 되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을 기준으로 보험료 부담이 없는 건강보험 피부양자 수는 2천54만5천 명이었다. 2003년 1천602만9천 명에서 10년 사이 28.2%가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건강보험 전체 가입자 수는 4천710만3천 명에서 5천14만2천 명으로 6.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공단 관계자는 "직장가입자로 인정하는 사업장 범위를 계속 확대하면서 지역가입자의 직장가입자 전환이 늘고 이에 따라 피부양자 숫자도 늘어난 것"이라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피부양자 숫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건보료를 부담할 사람의 숫자보다 건보료를 내지 않고 혜택을 받는 사람의 숫자가 더 빠르게 늘어나면 건보료 재정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건보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노인 의료비 급등으로 건강보험재정이 곧 적자로 돌아서 앞으로 적자 규모가 2020년에는 6조3천억원, 2060년에는 13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도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가져 납부능력이 있는 피부양자에게 건보료를 부담시키는 방안을 비중 있게 논의해왔다.
기획단은 종합과세 소득이 2천만원을 넘는 피부양자를 지역가입자로 전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는데, 이렇게 되면 19만3천 명
가량의 피부양자가 월 13만원 가량의 보험료를 내게 돼 총 3천34억원 가량의 추가 재정수입이 생기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건보료 개편 논의를 백지화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이 같은 고소득 피부양자나 고소득 직장가입자의 건보료를 인상해 건보
재정을 확충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는 중단하는 대신,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부담을 우선적으로 낮춰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 경우 재정 증가분 없아 손실분만 발생하지만, 현재 흑자 재정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강보험 관계자는 "여론 반발을 의식해 재정을 감안하지 않고 땜질식으로 정책을 펴면 궁극적으로는 국민 전체의 건보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노년유니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 등 4개 시민단체도 이날 오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가입자에만 있는 피부양자 제도는 상당한 소득과 재산을 가진 이들의 무임승차를 낳고 있다"며 건보료 개편을
계속 추진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