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04 10:38 PM
지난 2일 오후 11시 30분께 112상황실로 '3명이 칼을 들고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급박한 신고가 들어왔다.
이 신고는 중랑경찰서로 연결됐고 곧 경찰관 20여명과 경찰차 8대가 긴급출동했다.
그러나 신고자가 알려온 사건 현장을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출동한 경찰들이 사건 현장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헤매고 있을 무렵 면목 본동 파출소 앞에 40대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만취 상태였던 정모(44)씨는 소수의 경찰관만이 파출소를 지키고 있는 것을 확인한 후 안으로 들어왔다.
정씨는 당시 파출소에서 다른 사건으로 수갑을 차고 있던 사람에게 "말 잘들으면 풀어줄게"라고 말하는 등 엉뚱한 소리를 하면서도 경찰의 무전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당직 경찰관이 "용건이 있으면 날이 밝은 뒤에 다시 오라"고 말하며 파출소에서 나가줄 것을 요청하자 정씨는 욕을 하고 침을 뱉는 등 난동을 부렸다.
이를 보다못한 경찰관은 수갑을 채워 정씨를 소파에 앉혔다.
이때 정씨의 휴대전화가 울렸고 수갑을 찬 상태여서 전화를 받을 수 없었던 정씨는 "가족의 전화이니 받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경찰관이 왼쪽 수갑을 풀어줘 전화를 받을 수 있게 된 정씨는 휴대전화기에 대고 다짜고짜 '개XX', '짭새' 등의 욕설을 해댔다.
이
를 이상하게 생각한 경찰관은 그의 전화기를 빼앗아 들었다. 통화 상대방이 가족이라면 만취한 그를 대신해 현재 상황을 설명해주려던
것이다. 그런데, 수화기 반대편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정씨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강력사건 현장'을 찾아
헤매고 있는 동료 경찰관이었던 것이다.
곧바로 정씨의 전화번호를 확인해 본 경찰관은 정씨가 허위신고를 한 것을 알아챘다.
허위신고를 하고 제 발로 파출소로 걸어들어온 정씨는 그 자리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정씨 때문에 다른 강력사건을 처리해야 할 경찰관들이 30여분간 신고장소를 수색하는 헛수고를 한 것이다.
전과 25범의 파출소 '단골손님' 정씨는 "봐달라"며 "내가 신고를 하면 출동을 하는지 보려고 직접 파출소를 찾아왔다"고 진술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5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