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11 08:53 PM
정의화 국회의장은 12일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긴급 회동을 하고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투표와 관련한 의견 조율을 시도했다.
회동에서 정 의장이 이날 본회의는 미루되 설 연휴 이전 본회의를 열어 인준 표결을 진행하고 그때까지 여야 합의로 청문 보고서를 채택해 달라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여야 모두 부정적 입장을 밝혀 합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정 의장은 회동 직후 최형두 국회 대변인을 통해 이날 오후 예정된 본회의를 개회하고 의사일정에 총리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야 합의를 촉구, 새누리당 단독으로 표결을 실제 진행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전 날까지 이틀에 걸쳐 진행된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 과정에서 언론외압 의혹 등이 불거지며 야당인 새정치연합이 인준반대 입장을 정하고 설 이후로 본회의를 연기해달라고 요청, 합의된 일정대로 이날 표결을 주장하는 새누리당과 대치 전선을 형성한 상황이다.
정 의장은 면담에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당장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여러가지를 다각적으로 생각해 달라"며 "새정치연합은 청문 절차를 밟았으니 당당하게 의견을 제시해 전체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표결이 되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 의장은 또 "오늘 오후 2시에 본회의를 하게 돼 있으니 하긴 하는데, 의사일정에 (인준표결) 이것을 잡을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다만 절차민주주의도 중요하고 선진 국회가 되려면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새누리당 단독으로 표결을 강행하려는 시도에는 부정적 입장을 표했다.
그는 "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함에 있어서도 여야가 잘 합의해 만들어주시고, 그게 절차에 따라 본회의에 넘어와 모두가 참여한 가운데 투표해서 그 결과에 다수가 따라가는 절차민주주의를 확립하기를 바란다"며 "여야가 지혜를 모아달라"고 강조했다.
회동 직후 한 참석자는 "정 의장이 내일이나 16일 또는 17일 본회의 개최를 거론했다"며 "17일은 설 바로 전이니까 그렇고, 내일 아니면 월요일 본회의 개최를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참석자는 "정 의장 역시 야당이 주장하는 23일이나 24일 본회의 개최에 대해선 너무 늦다고 했다'며 "회동에서 오늘 할 것인지 뒤로 미룰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서로 입장을 확인하고 공감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또 최형두 국회 대변인은 이날 회동 직후 별도의 발표를 통해 "여야가 합의한 의사일정에 따라 12일 오늘 본회의를 개회한다"며 "의원 개개인이 양심에 따라 표결할 수 있도록 여야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또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은 이완구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국회 운영위원장 선거, 법사위에서 부의된 법안 11건 등 모두 13건"이라고 덧붙였다.
정 의장의 한 측근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 단독으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해 넘어오고 야당이 이를 거부할 경우 표결 강행 가능성에 대해선 "여야 합의로 표결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정 의장의 입장"이라며 "마지막까지 여야 합의를 촉구할 것이고 오늘 본회의에서 사회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오늘 본회의는 열어만 놓고 여야 합의를 촉구한 뒤 정 의장이 제안한 대로 인준 표결은 미루되 설 전에는 결단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 서 회동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여야가 기존 합의한 일정 대로 국회에서 표결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새누리당이 무슨 정치적 이익을 위해 오늘 표결 처리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강행처리라는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미 청문회를 했고 특위를 열어 경과심사보고서를 채택하기로 돼 있다. 오늘 오후 본회의도 제가 원내대표 되기 오래전부터 약속된 것"이라며 "일정이 자꾸 늦어져 상황이 바뀔 게 있으면 모르겠는데 그런 상황이 아니면 당초 여야가 합의한 약속 그대로 표결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여야 견해 대립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게 정치"라며 "시간이 걸려도 여야가 절차도 합의해서 의사일정을 차질없이 진행하는 게 좋겠다"고 합의 처리를 내세웠다.
우 원내대표는 "특히 어떤 경우에도 인사청문을 강행 처리하라는 국민은 없다"며 "무책임 하게 시간 끌지 않겠다. 다만 강행처리에 대해선 국민도 수긍하기 어렵고, 일방처리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간곡히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여야는 일단 각당 의원총회 직후 다시 만나 협상을 재개할 방침이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군 부대 방문 일정은 예정대로 소화하지만 오후 국군수도병원 방문은 취소하고 국회에 머물며 여야 합의 상황을 지켜볼 방침이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불참할 경우 여당 단독으로라도 청문 보고서 채택을 강행한다는 방침인 반면, 새정치연합은 단독처리 반대와 의사일정 연기를 거듭 주장하고 있어 협의에 난항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