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11 10:36 P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과 관련, 제한적으로나마 지상전을 전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열어뒀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특수부대를 활용한 제한적 지상전에 대해 지상군 투입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오 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IS를 상대로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는 3년 기한의 무력사용권(AUMF·Authorization for the Use of Military Force)의 승인을 의회에 공식 요청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처럼 장기적이고 대규모인 지상전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며, 그런 지상전에는 미군보다는 현지 병력(이라크 정부군과 시리아 온건반군)이 투입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다만 미국이나 동맹국 관련 인력 구출작전, IS 지도부를 겨냥한 군사작전 시 특수부대 활용 등 좀 더 제한적 상황에 한해 지상전을 수행할 수 있는 유연성을 발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구체적인 예로 "만약 IS 지도자들의 회합 정보를 입수했는데 현지 파트너 군대가 그들을 잡을 능력이 없다면 미군 특수부대에 작전에 나서도록 명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인질 구출작전이나 IS 수뇌부 제거작전처럼 제한적이고 한시적인 작전에 특수부대를 투입하겠다는 뜻으로, IS 격퇴 작전의 일부 전략적 변화를 의미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미군이 투입되는 지상전 대신 미국 주도의 국제연합군 공습과 이라크·시리아 현지 지상군을 활용해 IS를 격퇴한다는 전략을 고수했다.
제한적 지상전 전개 카드는 전면적 지상군 파병을 포함해 더 공격적인 대응을 원하는 공화당 강경파와 제2의 중동전쟁 확산을 꺼리는 민주당의 주장을 모두 반영한 일종의 절충안으로 볼 수 있다.
오 바마 대통령이 요청한 무력사용권에는 제한적 지상전 전개와 함께 정보수집 및 공유, 무력 공격, 작전계획 및 다른 형태의 자문 제공 등 지상전이 필요하지 않은 작전에도 미군을 동원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미군은 이미 이라크 정부군에 각종 형태의 자문을 해 주고 있으며, 조만간 시리아 온건 반군 훈련도 시작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IS를 지금 저지하지 않으면 미국 본토를 포함해 중동 이외의 지역에까지 위협이 될 것이다. 미 의회의 무력사용권 승인은 우리가 IS의 위협에 대처하는데 하나로 단결돼 있음을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라며 공화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제한적 지상전 전개로는 미흡하다는 반응이어서 의회 내 논쟁은 가열될 전망이다.
공 화당 1인자인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어떤 형태의 무력사용권이든 우리 국민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게 군 사령관들에게 더 많은 유연성과 권한을 줘야 한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무력사용권은 군 사령관들에 대해 너무 많은 제약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너 의장은 또 "IS 격퇴를 위한 무력사용권은 중요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요청은 기준에 못 미친다는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의 무력사용권 승인 요청으로 미 의회는 13년 만에 전쟁과 관련된 법안을 심의·표결하게 됐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시리아와 이라크 내 IS를 겨냥한 공습 작전을 진행해 왔으나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이라크 침공 당시 의회가 대통령에게 부여한 무력사용권을 법적 근거로 동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새 무력사용권 승인을 요청하면서 2002년 발효된 옛 무력사용권의 폐지를 요구했다. 새 무력사용권의 시한을 3년으로 설정한 것은 차기 대통령이 재평가 후 결정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