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13 08:01 PM
By 노승현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에 가담한 호주의 18세 청소년이 이역만리 땅인 이라크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저지르고 숨졌다.
최근 들어 서방 출신의 백인 성전주의자(지하디스트)인 이른바 '화이트 지하디'가 급격히 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화이트 지하디가 직접 자폭 테러까지 저질러 또 다른 파장이 예상된다.
IS는 1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아부 압둘라 알-오스트랄리'라는 이름의 IS 대원이 이라크 안바르 주 라마디 지역에서 자폭 테러를 저지르기 전 폭발물을 실은 흰색 밴에 타고 있는 모습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 대원이 자폭 테러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라마디에서는 여러 차례 자폭 테러가 발생해 10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쳤다고 이라크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호주 언론 페어팩스에 따르면, 사진 속 IS 대원은 호주 멜버른 출신의 제이크 빌라디(18)로 추정되는데, 그는 16세에 이슬람교로 개종했으며 지난해 중반 학교를 그만두고 IS에 가담하기 위해 터키를 거쳐 이라크로 간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 정부는 지난해 8월 빌라디가 이라크와 시리아로 여행을 떠난 것을 인지했고 2개월 후인 10월 그의 여권을 취소했다.
지난해 12월에는 IS 조직원 사이에서 소총을 쥐고 앉아 있는 그의 사진이 트위터에 떠돌면서 '화이트 지하디'(white jihadi)로 주목을 받았는데, 이 사진이 나돈 직후 영국 언론들은 자국 출신이라고 보도했지만, 곧 그가 호주 멜버른 출신으로 IS 합류를 위해 고등학교를 중퇴한 빌라디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빌라디는 호주에서 사라지고서 두 달 뒤 가족과 연락이 닿자 이라크에서 '순교 임무'를 위해 훈련 중이라고 말했다. 이후 빌라디는 가족들과 다시 통화하면서 자살 임무가 "너무 두렵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페어팩스는 전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BBC 방송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는 순교자가 되고자 이라크에 왔으며 자살 공격을 하다 죽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웃들과 친구들은 빌라디가 부끄러움을 잘 타고 혼란스러운 심리상태를 가진 것으로 기억하고 있으며 2012년 엄마를 암으로 잃고는 그런 경향이 더 심해졌다고 전했다.
댓글 플랫폼 디스커스(Disqus)에 올린 글을 보면 빌라디는 4년 전만 하더라도 테러를 두려워하고 소말리아 민간인 보호를 위해 국제사회의 개입을 요구하는 평범한 청소년이었다.
또 아프가니스탄 문제와 관련해서는, "비록 모든 사람이 아프간 전쟁의 종식을 희망하지만 알카에다가 기승을 부린다면 탈레반 역시 더 오래 번성할 것이며 아프가니스탄의 파괴는 계속될 것"이라고 썼다.
그러다 엄마가 숨지고 나서 급격히 과격 성향을 띠게 된 것으로 보인다.
빌라디는 IS에 가담하기 수년 전부터 서방에 적개심을 드러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그는 블로그에서 서방의 '테러와의 전쟁' 문제가 사상적 측면에서 급진적인 성향으로 바뀐 계기가 됐다며 이후 호주와 세계 대부분이 취하는 시스템에 대해 증오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전쟁을 언급하며 미군이 무고한 민간인들을 죽이고 있으며 그저 재미를 위해서 폭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후 폭탄과 흉기로 멜버른의 외국공관과 쇼핑가, 카페 등을 상대로 한 테러를 계획했다. 급조폭발물(IED)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빌라디의 가족들은 IED 제조에 쓰이는 물품들을 발견하고 당국에 신고했다고 호주 ABC 방송이 전했다.
호주를 떠난 뒤 올린 블로그에서는 풍요로운 멜버른의 무신론자 학생에서 이슬람 전사로 바뀌게 된 경위를 전했으며 기꺼이 목숨을 내놓고 순교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밝혔다.
한편, 현재 IS에 가담해 전투에 참여 중인 호주 국민은 90여명으로 알려졌다.
이달 6일에는 시드니 출신의 16세, 17세 형제가 IS에 합류하기 위해 부모 몰래 시드니 공항을 통해 출국하려다 세관 관리들의 의심을 사 출국이 좌절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