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23 04:00 PM
By 노승현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창립회원국이 35개국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AIIB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 등도 협력을 제안하고 나섰다.
23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AIIB 임시사무국 사무국장을 맡은 진리췬(金立群)은 전날 중국발전고위포럼에 참석해 이달 말까지 신청을 받는 창립회원국이 35개국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리췬 사무국장은 "최근 영국이 서방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가입을 선언한 이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스위스 등이 이미 신청서를 제출했다"면서 "AIIB는 문호를 열어놓고 있으며 북미와 유럽, 다른 국제금융기구들이 합작을 하겠다면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이 AIIB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갖게 될 것이지만 특권이 아닌 더 많은 의무를 갖고 아시아 인프라 개발을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개발은행(ADB) 통계에 따르면 2010-2020년에 아태지역 인프라 개선을 위해 약 8조달러(8,900조 원)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ADB는 연간 100억 달러 지원도 급급한 실정"이라면서 "AIIB가 ADB와 세계은행(WB) 등 국제금융기구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IB는 장기적으로 1,000억 달러 기금모집을 목표로 하고 있다.
러우지웨이(樓繼偉) 중국 재정부장도 이날 포럼에 참석해 AIIB 구성에서도 다른 국제기구의 경험을 참고해 협의회, 이사회, 집행기구를 포함하는 3단계 구조로 사무국을 구성하고 효율적이고 공개적이며 투명한 정책집행을 위한 관리시스템 구축을 약속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AIIB의 창립에 환영의 뜻을 밝힌 뒤 합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중국이 다자 국제금융기구를 만드는 충분한 이유가 있으며 우리는 AIIB와 합작을 매우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주도의 AIIB 자체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던 미국도 AIIB에 대해 파트너십 형태로 접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던 시츠 미국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은 22일 "미국은 국제 금융 구조를 더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다자간 기구를 환영할 것"이라면서 "(AIIB가) 기존의 WB나 ADB와 함께 공동 출자하는 방안은 수준 높고 검증된 기준을 준수하는 데 확실한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시츠 차관은 AIIB가 기존 국제 금융기관과 경쟁하기 보다는 협력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그동안 AIIB가 국제 금융 질서가 요구하는 고도의 투명성과 운영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우려를 내세워 우방국들의 참여도 막아왔다. 이는 WB, IMF, ADB 등을 통해 주도해온 글로벌 금융체제에 대한 중국의 도전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지난 주 유럽의 주요 동맹국인 영국을 필두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가 속속 AIIB 참여를 선언하고 나서면서 봉쇄 정책은 사실상 물거품이 되자 '공동 투자를 통한 견제'로 전략 수정을 고민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