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08 02:01 PM
현대제철이 계열사인 현대하이스코를 흡수합병하기로 했다고 8일(한국시간) 밝혔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초 현대하이스코의 자동차용 냉연강판 사업부문(전체의 60% 차지)을 합병했는데, 이번에 남은 해외 스틸서비스센터(SSC)와 강관 사업부문(나머지 40%)을 오는 7월 1일까지 합병하기로 한 것.
이번 합병으로 현대제철은 종합 일관제철소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게 됐다. 또 오랜 꿈인 세계 최고의 '자동차소재 전문 제철소'에 한발 더 다가서는 한편 국내 최대 철강회사인 포스코와의 격차도 줄일 수 있게 됐다.
특히 미국과 중국 등에서의 해외 자동차 생산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현대·기아차에 힘이 실리게 됐다.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현대BNG스틸 등 자동차용 강판과 부품을 공급해 온 현대차그룹 3개 철강 계열사 가운데 2개가 이번에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지만, 스테인리스강판을 생산하는 현대BNG스틸은 현대제철의 자회사여서 철강 부문이 사실상 하나로 통합되면서 단일한 체제를 이루게 된다.
아울러 이번 합병으로 그룹 내에서 현대제철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현대제철의 사내이사로 품질총괄을 담당하는 등 현대차그룹의 철강 부문 경영에 깊숙이 관여해 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위상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철강 사업 전반에 대한 정 부회장의 장악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현대하이스코 합병안을 결의했다. 오는 5월 28일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7월 1일까지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합병 비율은 1대 0.8577이다. 현대제철이 신주를 발행해 현대하이스코 주식 1주당 현대제철 주식 0.8577주를 현대하이스코 주주에게 교부하는 방식으로 합병이 이뤄진다.
합병 후에도 1대 주주는 기아차로 19.57%의 지분을 보유하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11.81%, 현대차가 11.18%의 지분을 갖게 돼 현대제철 지배구조에 큰 변동은 없다.
현대하이스코와 합병 결의에 따라 자산규모 31조원, 매출 20조원 규모의 거대 철강회사가 탄생, 국내 제철 '2강' 체제를 확고히 하게 됐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기준 자산 28조9,000억원, 매출액 16조8,000억원이며, 현대하이스코는 자산 2조5,000억원, 매출액 4조2,000억원이다. 이에 반해 포스코는 지난해 단독 기준 자산 52조6,000억원, 매출액 29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를 완전 합병하더라도 조강생산량 변화는 없지만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이번 현대하이스코의 잔여 사업부문 합병으로 해외영업 역량과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흡수합병한 현대하이스코는 현재 9개국에서 현대·기아차의 해외공장 인근에 냉연강판을 가공하는 13개 스틸서비스센터(SSC)를 운영하며, 강관 사업도 하고 있다. 현대하이스코 SSC 부문의 연 매출액은 2조8,000억원 규모다.
이번 합병은 현대·기아차의 해외 자동차 생산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과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의 철강 부문은 원래 현대제철이 용광로에서 쇳물을 뽑아 열연강판을 만들면 현대하이스코가 이를 가공해 자동차용 냉연강판을 제조하는 이원체제로 운영돼 왔다.
그러다 현대제철이 지난해 1월 현대하이스코의 냉연사업부문을 합병함으로써 쇳물부터 열연·냉연강판으로 이어지는 생산공정을 일원화한 일관제철소의 면모를 갖췄다.
현대제철은 이번에 별도로 남아 있던 현대하이스코의 해외 SSC와 강관 부문까지 이번에 합병하게 됨에 따라, 사업 영역을 더욱 확대해 철강 제조 전 공정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종합 일관제철소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한편 해외 영업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차세대 자동차 강판을 생산하는 현대제철의 '소재 기술력'과 해외 SSC를 보유한 현대하이스코의 '가공 기술력'을 결합함으로써 품질·기술 대응력과 해외시장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현대아이스코의 SSC를 직접 운영하게 됨에 따라 자동차 강판 기술과 품질 관리 능력을 강화하고 해외 수요 변화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이 높은 강관 사업 부문을 추가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게 된 점도 장기화되는 철강산업의 불황을 돌파하는 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관 부문의 연 매출액은 1조3,000억원 규모다.
이외에도 계열사 간 중복되는 부분을 줄여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고, 합병 후 전체 자산이 늘어나면서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등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의 외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제철의 사내이사로 품질총괄을 담당하고 있는 점을 들어, 이번 합병으로 정 부회장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 부회장은 2012년 3월 현대제철 사내이사로 처음 선임되면서 철강 부문 경영에 본격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했으며, 올 3월 정기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그러나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사업 다각화와 글로벌 영업 경쟁력 강화가 핵심"이라면서 "경영상 시너지 효과를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