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10 10:32 AM
By 김혜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노스찰스턴시에서 백인 경관이 등 뒤에서 쏜 8발의 총탄을 맞아 숨진 흑인 월터 스콧씨 사건에 대해 미국이 분노하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선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는 시위 문구가 등장했고, 사건이 발생한 사우스캐롤라이나 노스찰스턴 시에서는 시장 사퇴 등을 요구하는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슬레이저 경관은 스콧 씨가 자신의 전기충격기를 가져가려고 해 생명의 위협을 받아 총을 쏘았다며, 정당방위 행위였다고 하였으나, 사건 현장이 고스란히 담긴 휴대폰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거짓으로 드러났다.
동영상을 제보해 사건의 실체를 밝힌 23세 청년 페이딘 산타나씨는 미국 사회의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8일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근처를 지나다 경찰이 흑인을 제압하는 장면을 목격해 휴대전화를 꺼내 찍었다" 며 "영상 공개 이후 예상되는 신변 위협이 걱정돼 삭제할까 고민하다 무고한 희생자가 떠올라 공개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산타나씨는 스콧씨가 전기충격기를 빼앗으려다 피격됐다는 뉴스를 보고 마음을 바꿔 스콧씨의 변호사에게 동영상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희생자 스콧씨 가족은 "그 동영상이 없었다면 이번 사건도 퍼거슨 시의 마이클 브라운 사건처럼 진실 규명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 이라며 "산타나씨야말로 영웅"이라고 말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가해 경관이 사슴 사냥꾼처럼 아들을 쐈다"고 비난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노스찰스턴시와 경찰 당국은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시장과 경찰청장은 직접 피해자 가족을 찾아가 사과하였고, 가해 경관 슬레이저를 살인 혐의로 체포하고 해임한 뒤, 엄정한 수사를 위해 관련 자료를 주당국에 넘겼다고 밝혔다. 또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노스찰스턴의 모든 경관의 몸에 카메라를 부착해 공무 집행 상황을 녹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8월 마이클 브라운 사건으로 미 전역에서 격렬한 항의시위가 벌어진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이례적으로 신속한 조치가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스콧씨 어머니의 의연한 모습이 많은 화제를 낳고 있다. 그는 "그 무엇도 내 아들의 빈자리를 대신할 순 없다. 하지만 사랑스런 아들을 총 쏴서 죽인 그 사람에 대해서도 용서의 마음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