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13 06:11 PM
By 노승현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스타벅스 등 대형 다국적 기업들이 한 해 82억 달러(약 9조원)에 달하는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지수 개발업체 MSCI가 23개 선진국 증시 시가총액의 85%를 차지하는 'MSCI 월드 지수(MSCI World Index)' 편입 기업 1,505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MSCI는 적자기업과 광업·부동산개발업 소속 기업을 뺀 1,093곳의 2009~2013년 자료를 토대로 기업의 매출을 발생국별로 나눈 뒤 국가별 매출에 해당국의 세율을 적용해 가중 평균한 세율과 기업들이 실제 적용한 세율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적어도 10%포인트 이상(평균 약 16.3%)의 세율 격차를 보인 기업이 243개에 달했다.
이들이 부담한 세율은 평균 17.7%였는데, 나머지 850개 기업의 평균 세율인 34%를 적용해 세금을 냈다면 연간 82억 달러의 세금을 더 냈어야 했다. 이들 243개 기업이 한 곳당 평균 3억3,700만 달러의 세금을 덜 낸 셈이다.
이들 기업이 82억 달러의 세금을 더 냈다면 세후 이익은 20% 축소됐을 것으로 계산됐다.
업종별로는, 헬스케어나 IT 업종이 10%포인트 이상의 세율 격차를 낸 기업의 비중이 가장 높았는데, 3분의 1 이상이 커다란 세율 격차를 보였다.
이들 243개 기업 중 적어도 40%는 아일랜드,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캐나다, 홍콩, 룩셈부르크 등에 등록된 법인을 두고 있었다.
이 중 약 11%의 기업들은 케이먼 제도나 룩셈부르크 등에 지배 지분을 가진 페이퍼 컴퍼니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스타벅스 등 다국적 기업들이 세율이 높은 나라에서 얻은 수익을 낮은 나라로 옮겨 조세를 회피한다는 비판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영국, 유럽연합(EU), 미국 등은 다국적기업의 조세 회피를 겨냥한 여러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은 이른바 '구글세'를 검토하고 있으며, EU는 벨기에가 다국적기업에 과도한 세금 혜택을 부여해 국가보조금을 불법 제공했다는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미국 정부도 지난 2월 공개한 예산안에서 향후 국외 수익에 대한 19% 과세 및 현행 2조1,000억 달러 규모의 국외 보유금에 대한 일회성 14% 과세 방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