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01 05:15 PM
By 노승현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대규모 폭력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20여년 전 LA 폭동 당시처럼 이번에도 한인들이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상점이 완전히 약탈당하거나 방화로 불 탄 것은 물론, 상점을 지키려다 몸싸움 중에 부상을 당하는 등 한인들은 이번 폭동에서도 큰 피해를 입고 깊은 실의에 빠졌다.
이번 폭동의 도화선이 된 흑인 용의자 프레디 그레이(25)의 사망 경위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장면도 한인 상점의 폐쇄회로TV(CCTV)에 담겼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메릴랜드주 식품주류협회는 이번 폭동으로 피해를 입은 한인 업소가 42곳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협회는 주로 주류판매점, 식품점, 미용 재료 판매점 등이 피해를 봤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는 이번 폭동 사태로 가게를 약탈당한 볼티모어 서부의 한인 황모(43)씨의 사연을 보도했다.
황씨의 식료품점은 지난달 25일 일부 폭도들이 문과 창문을 깨고 들어와 맥주, 음료수, 과자 등을 싹쓸이해가 큰 피해를 입었다.
8년 전 이민을 와 재작년부터 친척으로부터 이 가게를 물려받아 운영하던 황씨는 "다시 문을 열 수 있을지 아직 모른다"며 "지금은 파산한 상태"라고 말했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도 볼티모어에서 주류판매점을 운영하는 리처드 성 강(49)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하며 한인 상점들의 피해를 집중 조명했다.
이 가게는 문과 창문이 부서지고 현금과 물품을 모두 도난당했지만, 이미 빚을 지고 있는 강씨가 보험료 부담까지 올라가는 상황에서 영업을 재개할 수 있을지 망설이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10년 가까이 생화학 연구자로 일해오다 작년에 돈을 빌려 가게를 연 강씨는 "모두가 미국은 꿈이 이뤄지는 곳이라고 말한다"면서 "하지만 다시 시작하는 게 좋을지, 아니면 포기하고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대다수 한인 점주들은 추가 공격에 대한 우려로 문을 완전히 걸어 잠그고 영업 자체를 포기한 상태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이번에 폭동이 집중된 지역에 한인 업소들이 몰려 있다 보니 피해가 유독 컸다고 보도했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의 한국계 부인 유미 호건은 한인 피해자 돕기에 발벗고 나섰다. 유미 호건은 한인협회 단체장 대책회의 등에 참석하고, 약탈 피해를 입은 한인들을 만나 위로하기도 했다.
한편, 버즈피드는 지난달 30일 황씨가 운영하는 식료품점의 보안 카메라가 그레이의 압송 도중 중요한 장면(a key part)을 포착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황씨는 자신의 식료품점으로 몰려온 현지 취재진들에게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레이가 숨지고 며칠 뒤 경찰관 두 명이 찾아와 4월12일 보안 카메라 영상을 요구했다"며 "지난 2월에도 (가게) 앞 보도에서 경찰이 한 남성을 총으로 쏜 적이 있었지만 비디오 테이프 제출을 요구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당초 경찰은 지난달 12일 그레이를 체포해 경찰서까지 압송하는 과정에서 세 차례 호송차를 멈췄다고 밝혔으나, 황씨의 식료품점 앞에서 한 차례 더 정차해 총 네 차례 정차했다는 사실을 이날 처음으로 공개했다.
지금까지 경찰은 밴 차량이 3차례 멈췄던 것이 그레이가 차량 안에서 난동을 부려 이를 제지하거나 다른 죄수를 차량에 태우기 위해서라는 식으로 설명했으나 한 차례 더 멈춘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레이의 응급조치를 위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