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22 01:29 AM
49세의 여성이 피가 난다고 찾아왔습니다. 피가 월경이 아닌 때에 조금씩 나는 것은 벌써 6개월 전부터인데, 주위에서 갱년기에는 누구나 피가 날 수 있다고 해서 '그런가?' 하고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랫배가 아파지기 시작해서 불편해서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이분은 순산으로 29세에 둘째를 낳고 아무 문제가 없어서 의사를 만난 적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자궁암 검사나 초음파 검사를 한 지도 20년이 됬다고 했습니다. 검사를 하면서 보니까 자궁경부도 깨끗하고 자궁내막도 정상범위였습니다. 그러니까 자궁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궁 근육 부위에는 그 흔한, 소위 말하는 물혹이라는 섬유종근종도 없었습니다.
그러면 이분이 49세에 무슨 일로 이렇게 피가 나는 것일까요? 지금 이 나이는 정말 갱년기로, 호르몬 밸런스가 제대로 안 되고, 여성호르몬이 뒤죽박죽이 되면서 이렇게 부정출혈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 이 분은 그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초음파 검사로 자궁 옆에 양쪽으로 있는 난소들을 살펴 보았더니 왼쪽 난소에 복잡하게 보이는 7cm 정도의 혹이 있었습니다. 이 혹이 혹시 악성종양이면 안 되니까, ca125라는 종양표지자검사를 했더니 115 정도로 정상범위인 21보다 훨씬 높게 나왔습니다. 당장 수술을 잡아서 개복을 했더니 막 이제 번지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나팔관과 자궁으로 번지기 시작하는 이 난소암은 stage2이고, 그래도 멀리 퍼지거나 임파선으로 전이 되는 stage3보다는 훨씬 생존율이 높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6개월 전에 피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 의사를 찾았으면 stage1이었을 것이고 훨씬 경과가 좋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분은 수술로 난소, 나팔관, 그리고 자궁을 다 들어내고 바로 약물치료로 넘어갔습니다. 다행이 임파선에는 암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왜 난소에 혹이 생겼는데 자궁에서 피가나는 증상이 생기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난소가 바로 여성호르몬을 만드는 장기이고, 이 장기에 혹이 생기면, 그 혹이 악성종양이든 양성종양이든 상관없이 부정출혈이 발생하게 합니다. 그러니까 자궁 부정출혈 시 자궁의 병들만 살피다가는 오진하기가 쉽다는 것입니다.
난소암은 다섯 번째로 흔한 여성암인데, 그리고 여성들에게 생기는 모든 암의 3% 정도인데, 사망률은 훨씬 더 높습니다. 이 환자분같이 stage 2 인 경우에는 70%가 5년 생존율을 보이고, 만약 이상하게 피가 나서 바로 의사를 찾아서 stage1에 잡을 경우에는, 5년 생존율이 90%에서 94%까지 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매 년 정기검진 꼭 하시고, 또 조금 몸이 이상해지면 바로 진단을 받도록 하세요. 이것이 바로 사는 방법입니다.
박해영 산부인과 원장 박해영(Peter H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