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10 02:42 AM
By 노승현
그리스가 9일(현지시간) 연금 삭감과 부가가치세 개편 등을 담은 채권단의 제안을 뛰어넘는 수준의 고강도 개혁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채권단에 낸 개혁안은 그리스가 채권단으로부터 '3차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그리스와 채권단의 협상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대 채권국인 독일은 전통적인 부채탕감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비전통적 방식인 만기연장, 이자율 인하 등의 방식으로 부채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고 밝혀 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리스는 이날 내각회의에서 승인한 개혁안을 제출 요구 마감 시한인 9일 자정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채권단에 제출했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도 예룬 데이셀블룸 의장이 그리스의 개혁안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개혁안의 재정지출 삭감 규모와 관련해서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는 2년간 120억 유로(약 15조1,000억원)로, 영국 일간 가디언은 130억 유로(약 16조2,000억원)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달 말 채권단과 큰 틀에서 합의한 개혁안의 규모(79억 유로·9조9,000억원)보다 40억 유로(약 5조원) 이상 많은 것이다.
그리스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낮아져 재정수입 규모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재정수지 개선 규모를 종전보다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개혁안에는 2022년까지 법정 은퇴연령을 67세(40년 근속했을 경우에는 62세)로 올리고 저소득층의 추가 연금을 단계적으로 없애는 연금 체계 개선, 부가가치세 개편, 국방비 감소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안은 그리스 정부가 앞서 내놓은 개혁안이나 지난달 채권단이 내놓은 협상안보다도 강도가 높아 오는 10일 그리스 의회 표결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그러나 그리스가 고강도 개혁안을 내놓은 만큼 그리스 의회만 통과한다면 채권단과의 협상에서 타결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유로그룹은 오는 11일 회의를 열어 개혁안을 평가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브리지론과 유럽안정화기구(ESM)를 통한 3년간 자금지원 협상 재개 여부를 협의하며 12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그리스가 3년간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를 통해 받을 3차 구제금융의 규모는 535억 유로(약 67조원)라고 로이터,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독일은 채무 탕감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삭감이 아닌 만기 연장 등을 통한 채무조정의 가능성은 남겨 놓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