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13 01:51 PM
By 노승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회의에서 마라톤 협상 끝에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을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는 해소됐다.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독일이 제안한 '한시적 그렉시트'는 결국 채택되지 않았지만,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지원 받는 대신 혹독한 개혁을 단행해야 하게 됐다.
또 이번 합의안에 대해 그리스는 물론 독일, 에스토니아, 핀란드,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슬로베니아, 스페인 등 유로존 회원국들에서도 의회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해 실제로 3차 구제금융 지원에 이르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유로존 정상들은 13일(현지시간) 그리스가 추가 개혁안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와 구제 금융 협상을 개시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은행들의 파산과 그렉시트 위기를 넘기기 위해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로부터 3년간 최대 860억 유로(약 108조원)을 지원 받는 대가로 독일의 '한시적 유로존 탈퇴' 강수로 인해 채권단이 요구한 강도 높은 개혁안을 대부분 수용했다.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만장일치로 합의를 이뤘다"며 "그리스에 ESM 지원을 위한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합의 내용과 형식에 만족한다. 이제 그렉시트는 없다"고 말했다. 융커 위원장은 합의안이 각국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그리스 개혁안 수용 여부와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 협상 재개를 논의하기 위해 전날 오후 4시(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존 정상회의는 16시간 넘게 마라톤 회의를 지속한 끝에 타협안을 도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합의안이 요구하는 개혁 법안이 그리스 의회를 통과한 후에 유로존 각국 의회에 합의안이 상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대채권국 독일 등 몇몇 국가는 협상 개시와 최종 타결안에 대한 의회 승인을 따로 받아야 한다.
또 그리스는 부가가치세 간소화와 연금 개혁, 민영화 등 고강도 개혁법안을 15일까지 입법절차를 마쳐야만 ESM을 통해 3년 간 최대 860억 유로(약 108조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을 수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이번 협상을 통해 상환 기간 유예와 만기 연장 등 채무 경감(debt relief)을 얻어냈지만 그리스가 요구한 부채 탕감(헤어컷)은 거부됐으며 '금지선'으로 설정한 연금과 부가가치세, 노동관계, 민영화 등 4대 부문에서 굴복에 가까운 타협을 이뤄 집권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내부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정상들은 그리스에 최대 820억~860억 유로의 자금을 지원하고 ESM 협상을 마무리할 때까지 필요한 유동성을 지원하는 '브릿지론'으로 120억 유로를 별도로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3차 구제금융 규모는 채무 경감 정도에 따라 규모가 정해지게 되는데, 채권단은 채무 재조정 협상에서는 개혁안 협상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그리스와 다시 격돌할 가능성이 있어 3차 구제금융 최종 결정에 이르기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명목적 헤어컷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3차 구제금융 합의까지 "길이 멀고 오늘 밤을 보면 어려운 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리스가 이 협상을 포기한다면 그렉시트에 이어 은행 파산, 실질적 국가부도 등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어 채권단의 요구를 대거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그리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시장 규제 권고안을 이행하겠다고 약속해 채권단으로부터 350억 유로 규모의 성장 종합계획에 합의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구제금융 대가로 혹독한 긴축만 강요받았던 것과 달리 성장을 위한 투자로 정책 방향을 틀었다는 의미가 있다.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독일이 제안한 '한시적 그렉시트'는 결국 채택되지 않았다. 대신 독일이 제시한 500억 유로 규모의 국유재산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펀드에 편입해 부채를 상환하라는 요구는 일부 수정한 내용으로 수용됐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이 펀드의 일부는 부채 상환용으로 하고 나머지는 성장을 위한 투자와 은행 자본 확충 등에 사용하겠다는 수정안을 받아 들였다.
치프라스 총리는 회의를 마치고 "채무 재조정과 350억 유로 규모의 성장 계획은 그리스를 유로존에 남게 할 것"이라며 "긴축 조치는 성장 계획으로 상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리스 정부는 채권단에 대한 개혁안 제출 시한인 지난 9일 채권단이 지난달 제시한 협상안을 거의 수용한 개혁안을 제출했다. 지난 8일에는 유로존 상설 구제금융 기관인 ESM에 3년간 자금지원을 공식 요청했다.
그리스는 재정위기에 따라 2010년 4월 국제 채권단으로부터 1차 구제금융을 받았으며 2012년 3월 1,000억 유로 규모의 채무탕감과 2차 구제금융을 받아 전체 구제금융 규모는 2,400억 유로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