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15 12:48 PM
By 노승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진 그리스에 3년 동안 860억 유로(약 112조3,000억원)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는 디폴트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위기를 넘어가게 됐다.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한 회의에서 그리스와 채권단이 마련한 3차 구제금융 지원을 위한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 프로그램' 합의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3차 구제금융 지원을 위한 양해각서(MOU)는 독일과 네덜란드 등 일부 유로존 국가 의회의 승인 절차를 거쳐 오는 19일 최종 체결될 예정이다.
3년간 860억 유로가 지원되는 3차 구제금융의 첫 분할금은 260억 유로다.
이 중 시중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한 100억 유로는 즉시 지원된다. 이에 따라 그리스 정부의 자본통제 조치가 단계적으로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는 지난 6월 말부터 예금 대량인출(뱅크런)에 따라 디폴트 우려가 커지자 예금 인출을 주당 420유로 한도로 제한하고 국외 송금을 금지하는 등의 자본통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또 국제 채권단의 부채 상환을 위한 160억 유로는 단계별로 제공할 예정이다.
우선 유럽중앙은행(ECB)에 34억 유로를 갚아야 하는 20일까지 130억 유로를 제공하고, 남은 30억 유로는 가을에 1차례 이상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다.
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해 250억 유로가 이후 추가로 사용된다.
유로그룹은 은행의 채권자가 손실을 분담하는 채무구제방식인 '베일-인'(bail-in)은 선순위채권자에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키프로스 구제금융 당시에 적용한 예금주도 손실을 부담하는 '헤어컷'은 배제하기로 했으며, 부실채권 처리기관인 '배드뱅크' 설립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유로존과 달리 IMF는 그리스에 대한 자금 지원을 유보했다.
이날 회의에 영상통화로 참여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회의를 마치고 발표한 성명에서 IMF가 자금 지원을 결정하려면 그리스 정부부채의 상당한 채무경감(debt relief)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그리스 부채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견해는 아직도 확고하며, 그리스는 혼자서 부채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줄일 수 없다"며 "우리는 그리스, EU 파트너와 앞으로 수개월 동안 긴밀히 협력해 이사회에 추가 자금 지원을 권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그러나 IMF가 참여할 것으로 낙관한다며 10월께 ESM 프로그램 이행 1차 실사를 거쳐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등의 채무경감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유로그룹은 지난달 13일 유로존 정상회의 합의문에서 밝힌 대로 원금을 탕감하는 '명목 헤어컷'은 시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