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23 10:39 PM
By 노승현
영국성공회가 성탄절을 앞두고 영국의 영화관들에서 상영하려 했던 주기도문 광고가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이나 종교가 없는 이들에 대한 공격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를 당한 것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이른바 냉각효과(chilling effect)라며 경고했다.
BBC와 인디펜던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저스틴 웰비(Justin Welby) 캔터베리 대주교는 "이 광고를 공격적이라고 여기는 것은 성탄절에 드리는 캐롤 예배나 성탄 예배를 공격적으로 여기는 것과 같은 것"이라면서 "사전에 검열하거나 지시하기보다 대중들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또 "이번 결정은 실망스럽고 당황스럽다"면서 "멍청한 결정 그 자체(plain silly)"라고 비판했다.
60초로 된 이 광고에는 주기도문을 읊는 음성이 흘러 나오는 가운데 영국 전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다양한 장면들이 담겨 있다. 그리고 광고에 나오는 이들도 주기도문을 암송하거나 노래로 부른다.
'JustPray.uk'가 제작한 이 광고는 성탄절을 앞두고 12월 18일부터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영화가 상영되기에 앞서 영국의 영화관들에서 상영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영국 영화관의 광고들을 취급하는 업체인 '디지털 시네마 미디어(Digital Cinema Media)'에서 이 광고가 다른 종교를 가진 이나 종교가 없는 이에게 공격적이 될 수 있다며 상영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영국성공회 애런 아로라(Arun Arora)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우리는 놀랍고, 실망스럽고, 어리둥절하다"면서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를 보기 위해 많은 가족들이 영화관을 찾을 것이기 때문에 광고하기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고, 성탄절을 앞두고 기도에 힘쓰자는 의미에서 'justpray.uk'라는 새 웹사이트를 소개하려 했다"고 광고를 내려 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주기도문은 전 세계에서 수십억의 사람들이 매일 읊는 것으로, 영국에서도 수 세기 동안 일상의 생활의 일부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영국의 영화관들이 종교나 신앙과 관련된 모든 광고들, 모든 성탄절 광고들을 금지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영화 등급 분류 위원회(British Board of Film Classification)와 극장 광고 협회(Cinema Advertising Authority)에서는 이 광고를 허용했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영국에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기독교인들의 종교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공격을 받았다.
지난 5월에는 런던의 한 기독교인 간호사가 직장 동료에게 "동성결혼을 용인하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해고당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