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11 03:45 PM
By 노승현
파리 테러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시리아 난민 수용 반대 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캐나다가 시리아 난민 163명을 수용했다.
특히 쥐스탱 트뤼도(43) 캐나다 신임 총리는 공항에 직접 나와 시리아 난민들을 환영했다. 그는 두 시간 전부터 공항에 도착해 난민들에게 줄 구호품을 점검했으며, 자정을 넘겨 난민들이 도착하자 넥타이를 풀고 소매를 걷어붙인 뒤 구호품을 건네는 열성도 보여줬다.
트뤼도는 그동안 친이슬람적인 행보로 인해 여러 차례 논란이 됐었고, 무슬림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캐나다 국민들은 불과 몇 달 전에 그를 신임 총리로 받아들였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시리아 난민 163명이 10일 밤 캐나다 공군 수송기로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 1차로 도착했다.
캐나다의 '시리아 난민 2만5000명 수용 정책'에 따라 첫번째로 캐나다에 도착한 이들이었다.
트뤼도 총리가 이끄는 캐나다 자유당은 지난 10월 총선 때 시리아 난민 2만 5천 명을 수용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 셈이다.
트뤼도 총리는 이번 시리아 난민 수용을 통해서 볼 수 있듯이, 친이슬람적 행보가 눈에 띄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11년 모스크에 방문해 연설을 하는가 하면 이슬람 금식기도 절기인 라마단을 마치는 날 축제에서 친이슬람적 발언을 내놓고, 보수당이 추진한 공공장소 니캅(이슬람 여성의 외출복) 착용 금지 방침에 반대했으며, 선거 캠프에 이슬람 극단주의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사를 포함시킨 것은 물론 내각에 무슬림 장관을 선임하기까지 했다.
먼저 그의 모스크 방문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가 방문한 모스크가 몬트리올에 있는 알-수나 알-나바위아 모스크(Al-Sunnah Al-Nabawiah mosque)였는데, 이곳은 미국 정보당국에 의해 알카에다 대원이 모집되고 훈련된 모스크로 지정된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 모스크는 최근 십여년 동안 북미에 테러 공격을 시도하려한 여러 지하디스트들이 연루된 곳이기도 했다. 이곳은 와하비즘 모스크로 알려졌는데, 이들은 비무슬림들을 향해 지하드를 인정하고 있다(In which anyone in disagreement with one's interpretation of religion is declared to be a kafir(unbeliever) who must be fought in jihad(as holy war).
또 2012년에는 토론토에서 열린 이슬람 정신을 부활해야 한다는 한 컨퍼런스(Reviving the Islamic Spirit conference)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 행사에는 매년 약 2~3만명의 무슬림이 참석하는 데 트뤼도 총리는 이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이 행사는 특히 IRFAN이라는 단체가 스폰서를 맡았는데, 이곳은 2011년 캐나다 국세청에 의해 1500만 달러를 이슬람 무장 단체인 하마스(Hamas)로 후원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었다. 캐나다의 온건한 무슬림 공동체들조차도 트뤼도의 행사 방문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었다.
이밖에도 그는 '마그립 살라(Maghrib salah)'로 알려진 무슬림 기도의식에 참여하기 위해 모스크에 방문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하는 기도 중 하나로 신앙고백인 샤하다(shahada)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알라가 오직 유일한 참 신이며, 무함마드는 그의 유일한 참 선지자(Allah is the one true God, and Mohammed is his one true Prophet)"이라는 것이다. 두 명 이상의 무슬림 남성 앞에서 샤하다를 고백하는 것은 이슬람 법에서 이슬람으로 개종을 인정하는 단 하나의 필수적인 요구사항이다. 그가 무슬림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와도 할 말이 없는 수준이다.
그는 또 공공장소 니캅 착용 금지 방침에 대해서는 스테판 하퍼 전 총리와 보수주의자들을 이슬람 혐오주의자라고 비판하면서 "이슬람 신앙에 대한 직접적인 공포와 편견을 재생시키려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했었다. (하퍼 전 총리는 니캅에 대해 반여성적 문화에 기초를 둔 것이며, 공공장소에서 니캅을 착용하는 것은 공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그는 또 처음부터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와의 싸움에도 계속해서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 그는 보수당의 IS 격퇴 전략에 지지할 수 없고 앞으로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그리고 파리 테러 이후 IS 격퇴를 위한 국제 공조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역행하면서 IS 공습에 투입된 자국의 전투기 6대를 철수하겠다고 선언했하기도 했었다. 신임 총리가 된 이후 내린 가장 중요한 결정 중에 하나였다.
그리고 계속해서 극단주의 이슬람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멈출 것을 요구하는 캐나다 전역에 걸친 캠페인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미국 보수주의 정치 매거진인 '프론트페이지 매거진(frontpagemag)'는 쥐스팅 총리를 캐나다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라고 평가하면서 "그는 오바마처럼 계속해서 IS 등의 지하드(성전, 聖戰) 위협)의 성격과 위험성을 경시하고, 그 원인을 다른 곳에서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번에는 시리아 난민 2만5천명을 수용하는 또 하나의 파격적인 행보를 선보였다. 그는 특히 이번에 수용하기로 한 시리아 난민 2만5천명에 대해 이들 중에 지하디스트가 있는 지를 확인하기 위한 스크린 과정을 거치는 지에 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지하디스트들이 잠입할 수 있는 셈이다. 이들이 캐나다를 넘어 미국 테러까지 노리는 것도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이날 공항에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뿐만 아니라 에릭 호스킨스 보건부 장관, 캐슬린 윈 온타리오 주 총리 등도 나와 난민들을 환영했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공항에서 "캐나다가 마음을 여는 방식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도착한 난민들은 캐나다인과 똑같은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면서 "피부색·언어·종교 등으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캐나다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도 했다.
존 매컬럼 이민부 장관은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 캐나다의 10개 주가 모두 난민수용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매컬럼 장관은 "오늘은 캐나다의 위대한 순간"이라며 "초당적이고 국가적인 시리아 난민 수용은 우리의 참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시리아 난민 2진은 오는 12일 같은 공군 수송기편으로 베이루트를 떠나 몬트리올에 도착할 예정이며, 캐나다 정부는 전체 난민 중 1만명을 연말까지 우선 수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캐나다 정착을 원해 심사를 신청한 시리아 난민은 1만1천932명으로, 레바논에서 심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캐나다 정부는 내년 2월 말까지 시리아 난민 2만5천명에게 영주권을 주고 자국에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10개 주에서 분산 수용된다.
그동안의 트뤼도 총리의 행보를 감안할 때, 트뤼도 총리 하에서 캐나다는 급속히 친이슬람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거는 이미 얼마 전에 끝이 났고, 당분간은 제동을 거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