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21 04:16 PM
By 노승현
시리아 반군들의 약 60%는 이슬람 지하디스트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다고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연관된 영국의 싱크탱크인 종교ㆍ지정학센터(Centre on Religion and Geopolitics)가 21일(현지시간) 밝혔다.
또 이들 중 약 3분의 1은 이슬람 수니파 단체 IS(이슬람국가)와 같은 이데올로기인 살라피지하디즘(뒤에서 설명)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설령 IS가 격퇴된다 하더라도 곧바로 IS의 뒤를 이어 IS와 같은 만행을 저지를 이슬람 단체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또 IS 정도는 아니더라도 이슬람 지하디즘을 추종하는 단체들에 의한 지하드(성전, 聖戰) 테러가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다.
상황이 이런데도 미국 등 서방에서는 이슬람의 실체에 대해 인식하지 못한 채 현재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반군을 지원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필요 없다고,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아닌 셈이다.
IS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중동 문제는 그렇게 쉽고 간단하게, 단시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해법이 있는데 그것은 군사적으로만 격퇴하는 것이 아니라 IS의 핵심 이데올로기인 살라피지하디즘을 신학적으로 부시는 것이라고 센터는 강조했다.
이 센터는 '시리아 반군의 이데올로기와 목표(If the Castle Falls: Ideology and Objectives of the Syrian Rebellion)'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IS 등 이슬람 해법에 대한 중요한 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현재의 상황은 IS를 군사적으로 격퇴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IS와 정확히 일치하는 세계 이데올로기와 야망, 그리고 진술고백을 가지고 있는 시리아 내 다른 반군들과 전 세계의 이슬람 단체들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의 약 6만5천명의 반군 대원들이 IS의 이데올리기 중 핵심 이데올로기에 뜻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반군 중 15곳은 IS가 격퇴되더라도 IS가 해오던 역할을 고스란히 이어서 해갈 준비가 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들의 이데올로기의 핵심은 살라피 지하디즘(Salafi-jihadism)이다.
보고서는 살라피 지하디즘에 대해 무함마드의 첫 번째 제자들이 믿었던 이슬람으로 돌아가자는, 폭력적 지하드가 믿음에 기초한 초국가적 종교-정치 이데올로기라고 설명하고 있다.
'살라프'란 아랍어로는 '선조', '조상'이라는 뜻으로, 선지자 무함마드와 1세대 제자들의 뜻을 추종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독교의 예수를, 사도들을, 초대교회를 닮자는 것과 비슷한 복고주의 운동이라 할 수 있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이슬람 경전 코란의 구절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고 실천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 살라피즘은 1990년대부터 지하디즘과 결합하면서 무장세력화됐다. 살라피스트파는 이집트의 '이슬람형제단'을 세속화된 정치집단,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원리주의 '와하비즘'을 이단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팔레스타인의 무장정파 '하마스'를 유약하기 짝이 없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등 초강경 이슬람 원리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토니 블레어 신앙 재단(Tony Blair Faith Foundation)의 창설 멤버이기도 한 이 센터의 대표는 IS를 쓸어버리는 것이 지하디스트 단체들의 서구에 대한 위협이 끝이 아니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 센터가 요약 정리해서 전한 이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다.
1. 시리아 주요 반군들 중 60%는 이슬람 지하디스트들이다.
2.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축출되지 않으면 시리아 내전은 끝나지 않을 것이며 더 확산될 것이다.
3. 시리아 반군들은 과격파와 온건파로 나눌 수 없다.
4. 세계의 무대책과 활동 부족이 지하디즘 성장의 동력이 되고 있다.
5. IS가 격퇴되더라도 15개의 반군들이 IS의 역할을 대치할 것이다.
보고서는 "IS가 격퇴되더라도, 살라피지하디스즘 단체에 속한 6만5천명의 반군들이 IS를 대신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IS를 격퇴하려는 군사적 노력이 필수적이지만, 정책 입안자들은 IS 격퇴가 살리피지하디즘의 종말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살라피지하디즘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인 (코란과 하디스의) 악성 이데올로기를 지적으로, 신학적으로 부서뜨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BBC 보도에 따르면, 보고서에 언급된 국제 사회에 대한 최대 위협은 IS의 이데올로기를 공유하고 있지만 현재는 완전히 무시되고 있는 약 10만명으로 추산되는 이슬람 전사들이다.
보고서는 "온건한 반군들과 과격한 반군들로 정의하려는 서구 국가들의 현재 노력은 실패하고 있다"면서 "왜냐하면 이들 단체들은 스스로를 거의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군들은 자신의 성격을 나누고 있지도 않고 심지어 동일시하는데, 서구에서는 이들을 자신들의 생각과 관점으로 나누어 딱지를 붙이고 있다는 것.
또 "4분의 1도 안 되는 반군들은 이데올로기를 추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많은 이들이 과격주의자들과 함께 싸울 의사가 기꺼이 있었다"고도 했다.
보고서는 '아랍의 봄'으로 알려진 중동에서 세속주의 운동이 일어난 후 5년이 지나 시리아는 오늘날 각종 지하디스트 단체들이 모이는 최대 집합소가 됐다면서, 살라피지하디즘은 잔인하고 끔찍하고 공포스러운 행동으로 우리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IS는 단순한 죽음, 자살과 살해를 추종하는 이교 집단이 아니라 IS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계속되어 왔던 한 가지 사상을 대표하는 것"이라면서 "IS가 격퇴되어도 그것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서구가 IS에만 집중해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실패의 위험이 있다"면서 "IS를 군사적으로만 격퇴하는 것은 글로벌 지하디즘의 종말이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