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04 12:16 AM
By 노승현
중동이 점점 더 깊은 혼돈 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수년 째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과 연일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에 오르고 있는 이슬람 수니파 단체 IS(이슬람국가)의 온갖 만행에 이어 이제는 이슬람 수니파-시아파의 양대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단절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번 일로 인해 시리아 내전 종식과 IS 격퇴 등 중동 사태의 해결도 쉽지 않게 됐지만, 무엇보다 중동의 미래 자체가 예측 불가의 미궁에 빠지게 됐다는 것이 문제다.
앞으로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중동 전역에서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결국 국제사회의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는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국제사회의 만류와 '시아파 맹주' 이란의 수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 등 반정부 시아파 유력인사 4명을 포함해 테러혐의 사형수 47명의 형을 집행했다.
그러자 같은 날 밤 성난 이란 시위대는 테헤란과 제2도시 마슈하드에 있는 사우디 외교공관으로 몰려가 돌을 던지고 불을 지르면서 사우디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있는 그대로 표출했다.
사우디는 이에 3일 밤 전격적으로 이란과 외교관계 단절을 전격 선언하면서 초강경 대응으로 이란에 맞불을 놨다. 사우디에 주재하는 모든 이란 외교관들은 이 선언 후 48시간 안에 사우디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중동과 이슬람 종파의 양대 맹주인 사우디와 이란에 의해서 빚어진 이 같은 시아파와 수니파의 갈등은 시리아 사태, 예멘 내전 등 중동의 유혈사태와 혼란스러운 정세를 키울 수 있다.
시리아는 수니파가 대부분이지만,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시아파여서 정부에 반대하는 수니파 반군들에 의한 내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예멘에서는 반대로 이란을 등에 업고 있는 시아파 반군인 후티가 수니파 정부를 공격하고 있는 상황인데, 사우디가 군사 개입하면서 큰 혼돈에 빠져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와 이란간의 갈등으로 수니파와 시아파간의 갈등이 더 고조될 경우, 결국 난민 문제를 더 심화시켜 이는 난민들을 수용해야 할 입장인 유럽과 미국 등 서방 국가들에게도 최악의 시나리오다. 또 수니파와 시아파의 과격화되면서 테러가 잇따를 수 있는 우려가 상존한다.
이것이 국제사회가 사우디와 이란 간의 갈등과 충돌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사우디가 이번에 시아파 주요 지도자가 포함된 47명의 사형을 집행하고 단교까지 선언한 초강경 대응에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사우디는 이미 지난해 1월 살만 빈압둘아지즈(80) 국왕이 취임한 이후부터 줄곧 강경 노선을 택해왔다.
수니파 맹주의 위상 강화 차원에서 지난해 3월 예멘 공습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우방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강경한 모습을 보이며 껄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이는 이번 사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시아파 맹주 이란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사우디는 자국이 군사 개입한 예멘 내전이 10개월째 계속되는 등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시리아 내전 역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중동 리더십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상태다.
여기에다 유가 급락으로 인해 사우디의 오일머니 파워도 예전 같지 않다. 내전 개입 비용까지 들어가면서 국민에게 지급하던 전기와 수도 등에 대한 보조금을 축소할 만큼 정부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
이런 가운데 경쟁자인 이란이 최근 사우디의 전통적 우방 미국, 유럽과 핵협상을 타결시킨 이후 중동의 무게중심이 사우디에서 이란으로 급격히 넘어가고 있는 것이 사우디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정치 사정도 좋지 않아, 살만 국왕의 리더십에 대한 왕가 내부의 평가가 나빠지면서 국왕 퇴진 요구가 나오고 있고, 심지어 쿠데타설까지 종종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들이 결국 살만 국왕이 초강경 노선을 선택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결국 이것이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 고조로 연결돼 중동과 국제사회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동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눈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