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04 02:27 PM
By 노승현
파키스탄에서의 폭력과 박해를 피해 태국으로 피신한 뒤 망명지를 찾던 30세 기독교인 여성이 건강 문제로 고생하다 태국의 구치소에 갇혀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방치된 끝에 크리스마스 이브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은 비자 만료로 경찰에 의해 체포된 뒤 최악의 상태인 구치소에 갇혔으며, 구치소측이 적절한 의료 처방을 제공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영파키스탄기독교협회(British Pakistani Christian Association, BPCA)는 지난 12월 31일 사미나 파이잘(Samina Faisal)이라는 여성이 성탄 전날 비극적인 마지막을 맞았다고 전했다.
BPCA에 따르면, 파이잘과 다른 많은 파키스탄 기독교인 망명자들은 파키스탄에서 박해로부터 태국으로 피신해 망명을 기다리다 비자 만료로 태국 체류 기간이 지나면서 지난 12월 20일 경찰의 엄중 단속에 걸려 체포됐다.
파이잘은 지난해 3월 임신 6개월차에 아이를 유산하면서 고혈압, 신장 축소 등 심각한 합병증에 시달려왔었다.
또 계속해서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할 정도로 평소에도 오랫동안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향인 카라치에서의 종파간 긴장 및 갈등으로 피난처를 찾아왔던 파이잘은 지난 12월 말 체포된 이후 구치소 담당자들에게 자신의 건강 문제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치소측에서는 파이잘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고, 결국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한 채 교도소에 갇힌 지 4일만인 24일 사망했다.
BPCA 의장인 윌슨 코드리(Wilson Chowdhry)는 "구치소측에서 그녀의 건강 문제에 대해 치료를 제공하지도 않았을 뿐만 최악의 상태인 구치소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태국 경찰당국의 급습으로 체포된 파키스탄 기독교인 망명자들은 이민자 구치소(Immigrant Detention Centre)나 중앙 범죄 교도소(Central Criminal Jail)에 보내지는데, 두 곳 다 수용 인원이 너무 많고, 영양 공급도 제대로 되지 않고 전염성 유행병이 도는 등 최악의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 "최근의 급습으로 구금된 이들의 80% 이상이 아기나 자녀들을 데리고 있는 여성이나 소녀들"이라고도 했다.
코드리 의장은 "이런 끔찍한 상태에서 4일 동안 있다가 성탄 전날 쓰러지자, 그 때서야 태국 탕국은 파이잘을 병원에 데려갔지만 너무 늦었다"면서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사망해 있었다고 안타까운 상황을 알렸다.
파이잘은 UN에 의해 망명신청자로 등록이 됐지만, 태국은 대부분의 파키스탄 기독교인들을 망명자로 인정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으며, 불법 이민자 취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잘은 지난 24일 사망했지만, 남편은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이 사망 일주일 후인 지난 12월 31일 아내의 사망 소식을 통보해주기 전까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태국 당국은 파이잘의 가족이 그녀의 시신을 보는 것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드리 의장은 "BPCA 직원 중 한 명이 충격과 슬픔에 빠진 가족들을 만나러 갔을 때, 태국 당국이 파이질의 시신을 보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UNHCR도 가족들에게 태국 당국은 합법적인 비자 소유자에 한해서만 시신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BPCA는 파이잘이 사망한 날 태국 당국이 구금됐던 여동생은 석방시켰다고 말했다. 태국 당국은 파이잘의 가족들을 달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BPCA는 현재 비자가 만료돼 구금된 파키스탄 기독교인 60여명의 석방을 위해 벌금 납부를 돕고자 모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BPCA는 벌금은 1천 파운드(약 176만 원)이며, 지금까지 11명의 벌금을 냈다고 밝혔다.
또 나머지 구금자들 중에서 여성과 어린이들을 빼내기 위해 추가로 3만 6천 파운드(6천324만 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기에다 남성들까지 구해내기 위해서는 6만5천 파운드(1억1천419만 원)이 더 필요하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