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09 01:52 PM
By 노승현
미국에서 테러 연계 혐의로 중동 출신 난민 2명이 체포됐다.
이 둘이 함께 미국 내 테러를 계획한 정황은 포착되고 있지 않지만, 이슬람 수니파 단체 IS(이슬람국가) 등과 연계된 사실이 확인됐다.
둘은 이라크 출신으로 팔레스타인에서 살았고 미국에는 난민으로 들어왔다는 것이 공통점이며, 서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접촉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한 명은 "피를 보기를 갈망해서(eager to see blood)" 시리아에 가기를 원한다고 한 것은 물론 시리아에서 실제로 시리아로 건너가 이슬람 테러 조직에 가담해 전투를 한 경험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올해까지 시리아 난민 1만명 이상을 수용하겠다면서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난민 수용 계획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8일 CNN과 AP통신,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미국 사법당국은 난민 자격으로 입국한 아우스 모하메드 유니스 알-자야브(Aws Mohammed Younis Al-Jayab·23)와 오마르 파라즈 사에드 알 하르단(Omar Faraj Saeed Al Hardan·24)을 테러단체 지원 혐의 등으로 지난 7일 검거했다.
하르단은 이슬람 수니파 단체 IS(이슬람국가)를 물질적으로 지원하려고 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4년 5월부터 하르단은 불법적으로 물질적 지원을 하려 했으며, IS에 훈련과 전문가 조언, 도움 등을 제공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알-자야브에는 국제 테러리즘과 관련해 허위 진술을 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모두 각각 8일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주의 법정에 세워졌다. 하르단에게는 최대 징역 20년형이 선고될 수 있으며, 알 자야브는 최대 8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이라크에서 태어난 팔레스타인인이다.
하르단
하르단은 지난 2009년 11월 이라크 난민으로 미국에 입국해 IS와 연관성을 숨긴 채 2011년 영주권을 받았으며 2014년 8월에는 시민권 신청까지 했다. 그리고 당시 시민권 인터뷰에서 자신이 받은 기관총 훈련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
그는 아랍어를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날 법정에서도 통역의 도움을 받았다.
그는 이날 법정에서 통역을 통해 휴스턴 지역의 한 아파트에 살면서 매달 1천800 달러를 벌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지난 2013년 4월 이후 IS 관련 사건으로 연방법에 의해 기소된 80번째 인물이며, 2016년에는 첫 번째다.
알-자야브
알-자야브도 지난 2012년 10월 시리아를 거쳐 미국에 난민 자격으로 들어왔다.
그는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 살고 있으며, IS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로 가기를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를 위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여러 명과 연락을 주고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때는 위스콘신주와 애리조나주에서 살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시리아로 돌아가서 '일하기' 원한다고 말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8일 오후 법정에 출두했고, 불과 6분 만에 판결이 끝났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한 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그는 1월 22일 다시 법정에 나와 형량을 선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폭스 뉴스는 "법원 문서에 따르면 알-자야브는 '피를 보기를 갈망하며', '장거리 사격에 대해 배우고 싶고(long range shooting)', '알라가 자신의 시리아행을 촉구하고 있다(God has facilitated)'고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자야브는 시카고에서 터키를 경우해 시리아로 가 2013년 11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이곳에서 알카에다 연계 단체인 안사르 알이슬람(Ansar al-Islam)을 포함해 다양한 테러 조직에 몸담고 싸운 경험이 있다고 CNN은 전했다. 이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새크라멘토에 정착했다.
그는 2014년 시민권 인터뷰 당시 자신의 시리아 여행과 테러 조직과의 연계 관계에 대해 거짓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시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터키에 갔다고만 했으며, 테러 조직과 연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용의자는 2012∼2013년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다.
전쟁 경험이 있는 알-자야브는 하르단에게 무기 사용법 등을 알려주겠다며 시리아에서 정부군에 맞서 싸울 것을 독려했다.
오바마 시리아 난민 수용 계획 우려 목소리
난민 자격으로 입국한 두 사람의 테러 연계 체포 소식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시리아 난민 수용 계획에 불똥을 튀겼다.
오바마 행정부는 올해 시리아 난민 1만 명을 수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난민 출신자들의 체포 소식에 미국이 시리아 출신 난민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두 용의자를 체포한 사법당국을 칭찬하고 싶지만 이번 체포는 다른 테러범들은 없는지, 그들의 다음 계획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그렉 애보트(Greg Abbott) 주지사는 "이것이 내가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실질적으로 점령된 국가로부터 미국에 들어오려는 난민들을 막아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는 정확한 이유"라면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미국인과 텍사스 주민의 안전과 타협하지 않을 수 있는 분명한 난민 수용 대책을 마련하기 전까지 난민 수용을 중단하라고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난민에 대한 신원조사는 철저하고 빈틈없이 이뤄지고 있다며 공화당이 내세우는 난민 규제는 "미국을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 한다"고 주장했다.
필라델피아서 IS 추종가 경찰 총격
이 밖에 필라델피아에서는 IS 추종자가 경찰관에 총격을 가하는 사건도 있었다.
ABC 방송 등에 따르면, 필라델피아의 제시 하트넷(Jesse Hartnett·33) 경관은 7일 밤 순찰근무를 하며 11시 40분께 필라델피아 시 서부의 한 교차로를 지나던 중 IS 추종자를 자처하는 30대 남성의 총격을 받고 다쳤다.
이 경찰관은 용의자가 쏜 13발의 총탄 중 3발을 맞았으나, 다행히 왼쪽 팔에 집중돼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는 매복한 상태에서 갑자기 나타나 경찰차 옆 유리창과 차량 안에 있던 제스 하트넷 경찰관을 향해 총기를 난사해 무려 13발을 쐈지만 천운으로 살아났다.
그는 차량의 운전석을 향해 총을 쐈는데, 현장을 담은 동영상을 보면 용의자의 총기가 한때 차량 안으로 들어올 정도로 근접한 거리였다. 살아난 것이 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정도다.
용의자인 에드워드 아처(Edward Archer·30)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IS에 충성을 맹세했으며, 이날 범행도 '이슬람의 이름으로(in the name of Islam)' 했다고 진술했다.
운전석에 앉은 상태로 총격을 당한 하트네트 경관이 곧바로 응사하면서 용의자도 3곳에 총상을 입었으며, 하트네트 경관의 추격을 받으면서 도주하다가,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하트네트 경관은 팔이 부러지고 신경이 손상됐으나 병원에 옮겨진 후 의식이 있었으며, 수술 후에도 안정된 상태로 알려졌다.
필라델피아 경찰국장인 리처드 로스(Richard Ross)는 기자회견에서 "용의자가 어딘가에서 나타나 총을 쏘기 시작했다. 하트네트 경관을 죽이겠다는 게 유일한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또 용의자가 조사과정에서 "코란과 정반대되는 법을 경찰이 비호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가 살아있는 건 놀랄만한 일"이라며 "우리는 단지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용의자의 어머니는 지역 언론에 아들이 독실한 무슬림이라고 말했다.
아처는 두 차례에 걸쳐 중동을 방문한 적이 있으며, 2011년에는 성지 순례(하지, hajj) 차원에서 사우디 아라비아를 방문했고, 2012년에는 이집트를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경찰의 테러 감시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아처는 2014년 3월 폭행 및 불법무기 소지와 관련해 유죄를 인정한 뒤 보석으로 풀려난 적이 있으며, 현재 위조 혐의와 관련해 또 다른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