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10 08:25 PM
By 노승현
이슬람 수니파 단체 IS(이슬람국가)가 필리핀 남부의 민다나오섬에 둥지를 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필리핀 민나다오에서 IS가 계속해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어 민다나오가 중동의 이라크나 시리아처럼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었다.
그리고 최근에 아시아 4개 이슬람 무장단체가 IS에 충성을 맹세하고 민다나오에서 통합함으로써 IS는 사실상 필리핀에 동남아지부를 두게 됐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민다나오섬에 자리를 잡은 IS 동남아지부는 앞으로 필리핀과 동남아시아는 물론 호주와 동북아시아 지역에까지 위협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에 있는 무장단체 4개가 하나로 통합됐다고 필리핀 인터넷 언론래플러, 호주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안, 호주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단체가 민다나오의 무슬림 자치지역인 바실란(Basilan)의 훈련장에 모여 통합을 선언하고 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에게 충성 맹세를 하는 동영상이 공개됐다가 즉시 지워졌다. 이들은 IS 깃발을 들고 중무장한 모습이었다.
앞서 IS는 바실란의 이슬람 무장단체 아부사야프(Abu Sayyaf)를 이끄는 '압둘라 알 필리피니(Abdullah al-Filipini)'라고도 불리는 이스닐론 하필론(Isnilon Hapilon)을 필리핀 지도자로 선택한 바 있다. 그는 이번 통합 조직의 지도자가 돼 앞으로 IS 동남아지부의 최고 지도자 역할까지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약 40초 분량의 동영상에서 하필론은 가장 공격적인 필리핀의 이슬람 테러단체로 알려진 '안사르 알 칼리파(Ansar al-Khilafa)'의 지도자 '아부 샤리파(Abu Sharifa)'를 포함해 다른 바실란과 술루(Sulu)의 테러단체 지도자들과 함께 중무장을 한 채 IS 깃발을 들고 행진하다 알 바그다디에 충성을 맹세한다.
술루의 경우, 마라카트 알 안사르 바탈리온(Ma'arakat al-Ansar Battalion)의 지도자인 아부 하리스 알 피리피니(Abu Harith al Filipini)가 참석했다. 술루는 필리핀 남부의 섬 민다나오와 보르네오섬에 있는 말레이시아 동부 지역 사이에 있는 섬이다. 많은 섬들이 산재해 있는 다도해섬이다.
이번 통합 모임에는 말레이시아의 무장단체 안사르 알 샤리아 바탈리온(Ansar al-Shariah Battalion)에서도 지도자인 아부 아나스 알무하지르(Abu Anas al-Muhajir)가 참석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더 많은 말레이시아인이 아부사야프에 합류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아부사야프는 인도네시아 테러범들에게도 무기를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져, 인도네시아의 테러단체들도 동남아지부에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영상에는 41명의 필리핀인과 말레이시아인이 기관총 등으로 무장한 채 모습을 드러냈으며, 이들 대부분이 아부사야프 소속이다.
이들 단체는 앞서 IS에 각각 별도로 충성을 다짐했으나 이번에 하나로 통합돼 한 단체로 충성을 맹세했다. 앞서 아부사야프의 이스닐론 파힐론과 대원들은 지난 2014년 7월 23일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알 바그다디에 대한 충성을 맹세한 바 있다.
이번에 필리핀에 IS 동남아지부가 세워짐에 따라, 앞으로 필리핀은 민다나오를 중심으로 해서 필리핀 전역에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여행 제한 때문에 시리아로 갈 수 없는 IS 합류 희망자들은 필리핀에서 훈련을 받은 뒤 자기 나라로 돌아가 자살폭탄 공격이나 민간인을 겨냥한 대규모 테러 공격, 이른바 '소프트 타깃'(soft target) 테러를 감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싱가포르 국제정치폭력·테러연구센터( International Centre for Political Violence & Terrorism Research in Singapore)의 로한 구나라트나(Rohan Gunaratna) 소장은 "이번 통합 조직은 필리핀 정부에 전례 없는 도전이 될 것"이라면서 "다음 단계로 민다나오에 이슬람국가를 선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통합 조직으로 인해 IS의 이데올로기가 필리핀남부 지역과 말레이시아 동부 지역으로 확산될 것"이라면서 "IS는 필리핀의 바실란을 동남아지부의 본부로 삼아 술루를 통해 필리핀은 말레이시아까지 연계해 다양한 작전들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구나라트나 소장은 또 통합 조직이 호주 등에도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한편, IS는 지난달 민다나오섬 정글의 훈련장이라며 IS 깃발과 함께 주로 검은 옷과 복면을 쓴 수십 명이 사격과 장애물 극복 등 훈련하는 장면을 공개한 바 있어 IS가 필리핀에 자리를 잡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