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11 01:38 PM
By 재경일보
상승세를 보이던 삼성전자[005930]의 실적이 5분기만에 꺾였다. 연말 성수기 효과로 인한 CE(소비자가전) 부문의 개선에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DS(부품) 부문의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6조1천억원의 영업이익(잠정실적)을 올렸다고 8일 공시했다. 작년 3분기 7조3천900억원보다 17.46% 감소한 실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이 집계(4일 기준)한 증권사 25곳의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 6조6천800억원보다 5천억원 가량 낮은 수치다.
매출액은 전분기보다 2.55% 늘어난 53조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을 뜻하는 영업이익률은 약 11.5%로 두자릿수 대를 유지했지만 이전보다 줄었다. 1분기에는 12.7%, 2분기 14.2%, 3분기 14.3% 수준이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한데다, 아이폰6S의 수요 부진이 겹쳐 매출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낸드 및 시스템LSI의 출하량 역시 기대에 못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3분기 9천30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깜짝 실적을 보였던 DP(디스플레이) 부문 역시 4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절반 가량으로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DP 부문은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 가격 하락과 함께 수요 정체 등이 이어졌다.
스마트폰 사업을 맡는 IM부문의 영업이익은 3분기 2조4천억원에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혹은 소폭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 3분기에는 주요 통화대비 지속된 원화 약세로 8천억원 수준의 환율 혜택을 봤다. 글로벌 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갤럭시S6와 갤럭시노트5 등 신제품 효과에 힘입어 판매량은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연말 재고 소진을 위한 마케팅 비용이 증가했고 중저가폰 판매 비중 증가로 수익성이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버팀목은 CE 부문이었다. 4분기 크리스마스와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등 성수기 효과에 따른 TV 판매량 증가 등으로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CE 부문은 올해 1분기 1천4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2분기 2천10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 전환했고 3분기에는 3천600억원으로 수익 규모가 확대됐다.
한편 증권가는 삼성전자[005930]가 8일 발표한 작년 4분기 잠정 실적에 대해 '실적 충격'(어닝 쇼크) 수준은 아니지만 그동안 낮아진 시장의 눈높이에도 못 미쳤다는 평가를 내놨다. 다만 이미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반영돼 당장 증시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와 LCD 등 부품 산업의 부진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가운데 올해 1분기에도 부진한 실적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 낮아진 시장 눈높이도 밑돌아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전방산업 수요 부진으로 D램 가격 하락 폭이 예상보다 컸고 애플이 올해 1분기 수요 부진에 대비해 부품 재고를 타이트하게 가져간 점도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LSI 사업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요 위축이 영향을 주면서 메모리 반도체, LCD 등이 저조했고 스마트폰 출하량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중저가 위주였던 것이 전체적인 실적 저조의 원인으로 해석된다"며 "'어닝 쇼크'까지는 아니지만 기대 이하"라고 말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다 안 좋다"며 "전분기 대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서 각각 6천억원, IM(IT·모바일)에서 3천억원 정도 줄고, 소비자가전(CE)에서 4천억원 정도 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주가는 기술적 반등...일각에선 "시장에 악재 더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1분기에도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애플의 아이폰 판매 부진 영향은 작년 4분기 뿐 아니라 올해 1분기에도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노근창 연구원은 "올해 1분기에도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며 "계절적인 비수기인데다 반도체 등의 가격 인하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2분기 이후에 대해서는 실적 전망이 다소 엇갈렸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세트보다는 3D 낸드 등 부품 역량을 강화할 전망"이라며 "스마트폰 사업 정체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부품부문 경쟁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설비 투자 감소로 인한 수급 개선과 시스템LSI의 가동률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개선이 2분기 이후 이익 증가를 견인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승우 연구원은 "환율 때문에 매출이 줄어들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달러 기준으로 보면 실제로는 3년 연속 매출이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며 "2020년까지 매출 400조원을 달성할 것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오전 10시45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만5천원(1.29%) 오른 117만8천원에 거래됐다. 시장의 눈높이가 낮춰진데다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이미 주가에 반영된 탓에 이날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 발표가 당장 시장에 주는 충격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재윤 연구원은 "스마트폰 부문에서 우려보다 양호한 실적이 예상되고 메모리 반도체와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에서의 글로벌 경쟁력을 고려하면 주가순자산비율(PBR) 1.0배 이하에서는 저가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다만 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다른 대형주로 확산되며 가뜩이나 중국 증시 급락 등 글로벌 악재에 휘청거리는 국내 증시에 향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주가가 많이 빠져 있었던데다 최근 자사주 매입을 계속하면서 기술적인 반등이 나타나고 있다"며 "다만 4분기 실적이 기대 이하인 만큼 전체적으로 업종 대표주들에 대한 실적 기대치가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시장의 투자 심리를 돌려놓기 위해서는 경기 요인, 실적 요인 중 낙관할 만한 부분이 있어야 되는데 삼성전자의 실적은 지금 시장 상황에 악재를 더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