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19 07:03 AM
By 노승현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보다 6.9% 늘어나는데 그쳤다. 1990년 3.8% 이후 25년만에 7% 아래로 떨어진 수치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2015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67조6천708억 위안으로 2014년에 비해 6.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성장률은 중국 정부가 목표로 제시했던 7.0%에는 못미치는 것이어서 '목표 달성'에 실패한 셈이 됐다.
4분기 GDP 역시 전년 동기보다 6.8% 늘어나 2009년 1분기(6.2%) 이후 거의 7년만에 최저치를 기록, 경기둔화 추세가 분명해졌다.
지난해 분기별 GDP 증가율은 1분기 7.0%, 2분기 7.0%, 3분기 6.9%, 4분기 6.8%를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1차산업 GDP 증가율은 3.9%로 전년보다 0.2% 포인트 줄었고 2차산업 증가율은 1.3% 포인트나 빠진 6.0%를 기록했다. 3차산업은 8.3%로 전년 증가율보다 0.2% 포인트 늘었다. 중국 정부가 소비, 서비스업 성장 중시 정책대로 3차 산업이 성장률을 견인한 셈이다.
중국의 작년 연간 산업생산은 전년에 비해 6.1% 증가해 전망치와 일치했으며, 소매판매는 작년 10.7% 증가해 전망치와 일치했으며, 고정자산투자는 10.0% 증가해 전망치(10.2%)를 밑돌았다.
중국 증시는 중국의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발표된 이후 상승폭을 확대했다. 19일 한국시간으로 오전 11시 10분 현재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0.56% 오른 2,929.95를 기록했다. 선전종합지수도 전장보다 0.42% 상승한 1,837.90을 나타냈다.
당분간 세계경제 회복세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의 국책연구기관인 사회과학원은 당초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지난해보다 낮은 6.7% 수준으로 예상했다.
중국 내외의 기관들의 예측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각각 6.7%를 제시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6.5%, 국제통화기금(IMF)은 6.3%를 전망했다.
이는 지난 30년간 이어진 중국 경제의 고성장 시대가 막을 내렸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세계경제의 회복세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됐음을 확인해주는 지표가 될 전망이다.
지난 수년간 중국의 경제 활력은 지속적으로 하강세였다. 구조조정 상황에 직면한 산업성장세에 수출과 투자가 급격히 줄고, 소비 여력이 약화하면서 디플레이션 조짐도 나타났다. 신규 대출규모도 감소세가 뚜렷해졌다. 여기에 투자와 소비의 불균형, 지방정부의 과다 부채, 제조업 과잉생산, 세수부담의 편중, 빈부격차, 부동산 거품 등 비합리적인 경제구조에 따른 내부 불안요인도 적지 않다.
특히 기존 주택으로도 34억∼40억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부동산 공급이 과잉으로 치달으며 부동산개발 투자 증가율 역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경기둔화는 특히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극명하게 표출되고 있다. 국제원자재가격지표인 CRB지수는 2014녖 15% 하락했다가 지난해 27% 하락했다.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철광석 가격은 2014년 절반으로 떨어진 후 지난해 또다시 반토막이 됐다.
14억 인구의 중국이 경기침체로 물건을 사주지 않으면 한국을 비롯한 기존 교역국의 경제도 모두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중국의 경기둔화는 전세계 경제의 동반 둔화를 가져올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중국 경제는 세계경제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키우며 미국 중심의 경제질서를 조금씩 흔들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내년이면 유로존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올해 9월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바스켓에 편입되면서 달러화와의 기축통화 경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중국은 이 국면을 어떻게 극복할까?
순환 구조적인 위기에 봉착한 중국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중국 정부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 경제가 경착륙한 뒤 깊은 수렁에 빠지는 상황을 중국 정부도 가장 경계하고 있다.
셰궈충(謝國忠·앤디 셰)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태평양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는 한계기업과 투기적 투자 사이에 거품이 잔뜩 끼어있는 형국"이라며 "위안화의 평가절하 압력 속에 자본유출은 이런 거품을 터뜨리게 만들 요인"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2016년을 시작으로 2020년 샤오캉(小康) 사회 실현을 목표로 한 제13차 5개년 계획(13·5 규획)의 시동을 건다. '신창타이'(新常態·New Normal)를 기조로 연착륙 후 중고속의 안정 성장을 이어가는 것이 중국 정부가 바라는 그림이다.
중국으로선 기존 성장 정책을 포기하기가 어려운 셈이다. 특히 중국 지도부에 절대적 명제인 샤오캉 실현을 위해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앞으로 5년간 최소한의 성장률 목표치는 6.53%라고 공언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과거 고성장 과정에서 생긴 모순을 해결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방편으로 구조개혁이라는 칼을 동시에 빼들었다.
중국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18∼21일 베이징(北京)에서 개최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도 성장과 구조개혁을 동시 추진하겠다는 단기 목표가 설정됐다. 내년에 안정된 성장 기조를 유지하면서 공급과잉 문제 등 고질적인 병폐와 문제점에 손을 대겠다는 것이다. 특히 안정된 경제성장을 위해 공급 효율화와 품질 개선을 통해 소비수요를 확대함으로써 공급 측면의 개혁에 나서고, 적극적 재정정책을 통해 재정적자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이고 세금감면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중국은 또 올해 구조조정과 공급과잉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 나가는데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여기에는 전통산업을 구조조정하고 이익이 나지 않는 한계기업을 퇴출시키는 동시에 기업의 기술혁신도 도모하겠다는 복안이 깔려 있다.
경기둔화 과정에서 나타날 증시 등 자본시장의 혼란을 진정시킬 정책카드도 다양하게 나타나게 된다. 중국 정부는 시장에 유동성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다양한 재정정책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뜻을 공언한 상태다.
썩어도 준치, 한국은 무역흑자 이어가야
한국 경제도 중국 경기둔화의 그늘을 피할 수는 없다.
무디스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이 중국 등 신흥국 성장 둔화에 가장 취약하다"고 전했다. 피치 역시 "한국은 미국 금리인상보다는 중국이 심각한 둔화를 겪을 경우에 더 취약하다"고 진단한 바 있다.
중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 비중은 25.4%(2014년 기준)에 달해 중국의 경기둔화는 한국에 수출 등 실물경로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경제연구원(KDI)은 중국의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의 성장률도 0.21%포인트 둔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큰 한국 기업에 어려움은 더 커진다. 중국이 위안화 추가 절하에 나설 경우 대중국 수출 경쟁력도, 제3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며 낭패를 보게 될 공산이 크다.
지난 10여년간을 중국의 고성장에 기대 '한류'나 인접 우호국으로서 혜택에만 취해있다가 제대로 중국 시장을 읽지 못한 채 점차 중국 현지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해가며 '잃어버린 10년'을 맞았다는게 중국 진출기업의 자조섞인 한탄이었다.
하지만 올해 한국 기업에는 새로운 중국 카드가 쥐어진다. 지난해 12월 20일 발효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그간 중국에서 '잃어버린 10년'을 다시 만회할 수 있는 골든카드로 지목되고 있다.
한중 FTA에 따라 한국은 92.2%, 중국은 90.7%의 품목에 대해 20년 내 관세가 철폐된다. 한류 열풍을 타고 승승장구했던 화장품, 패션, 고급 식품 등의 상품들도 관세 인하와 통관·인증 간소화 등으로 인해 수혜가 기대된다. 비관세장벽이 완화되고 FTA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점은 덤으로 얻은 부수입이다.
한국 경제로선 올해에 계속해서 이어질 중국의 부진한 경제지표만 지켜봐서는 답이 나오질 않는다. 중국의 성장둔화는 불가피하지만 중국은 막대한 무역흑자를 바탕으로 여전히 세계 최대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다. 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 위안화 추가절하 등 통화정책 여력도 충분하고 양적완화 정책에 나설 실탄도 여유롭다.
중국만한 경제규모에 여전히 6%대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나라가 없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가 찾아야 할 활로에 중국을 빼놓기는 어렵다는데 전문가들의 견해는 일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