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30 02:35 PM
By 노승현
한국에도 무슬림이나 이슬람 옹호자로 추정되는 테러 위협이 일어났다. 물론 이슬람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려는 이슬람 혐오주의자의 소행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인천국제공항 화장실에서 폭발물 의심물체가 아랍어 경고가 담긴 메모지와 함께 발견됐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슬람 수니파 조직인 IS(이슬람국가) 등 테러조직과의 관련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물론 그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용의자의 신원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광역수사대로 구성된 수사전담팀을 꾸리고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
무슬림이나 이슬람 옹호자의 소행일 경우 한국내 이슬람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겠지만, 이슬람 혐오주의자의 소행으로 드러날 경우에는 역풍이 예상된다.
인천국제공항경찰대는 30일 브리핑을 열고 전날 오후 공항 1층 남자 화장실에서 확보한 폭발물 의심 물체가 부착된 종이상자 안에서 "당신에게 주는 마지막 경고다. 신이 처벌한다"는 내용의 메모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메모는 문법이 틀린 아랍어로 돼 있으며, 손으로 쓴 글씨가 아닌 컴퓨터로 출력한 A4용지 절반 크기였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아랍어 문법이 틀린 점으로 미뤄, 컴퓨터 자동번역기나 아랍어 비전문가가 작성한 것으로 보고 모방 범죄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성채 인천국제공항경찰대장은 "요즘 테러단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단어는 코란 경전을 인용한다"며 "'신이 원하신다면 신이 이뤄줄 것이다'와 같은 (경전) 내용이 전혀 없고 문법도 맞지 않아 컴퓨터 번역기로 출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형사 50여명으로 수사전담팀을 꾸리고 폭발물 의심 물체를 설치한 용의자를 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용의자는 신원은 파악하지 못했지만 조속히 검거하겠다"며 "어제 폭발물 의심 신고 이후 공항터미널에 경찰특공대 등 병력 추가배치해 경비 태세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9일 오후 4시께 "인천공항 C 입국장 옆 남자 화장실에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가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들어왔다.
공항경찰대는 특공대와 폭발물처리반(EOD)을 긴급 투입해 대변기 위에 가로 25cm, 세로 30cm, 높이 4cm 크기의 종이상자를 발견했다.
종이상자 겉 부분에는 부탄가스 1개, 라이터용 가스통 1개, 500ml짜리 생수병 1개가 테이프로 감겨 조잡한 상태로 부착돼 있었다.
경찰이 종이상자를 해체에 내용물을 확인한 결과 기타줄 3개, 전선 4조각, 건전지 4개가 담겨 있었다. 또 브로컬리, 양배추, 바나나껍질도 발견됐다.
한편, 이달 들어 인천공항에서는 중국인 부부와 베트남인이 잇따라 밀입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항의 보안·경비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에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발생한 밀입국 사건 등과 관련해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해 "연이은 밀입국 사고, 폭발물 의심물체 발견, 수하물처리 지연 등은 그간의 명성과 경쟁력을 위협하고 국민신뢰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질타하면서 "연속된 보안 실패는 있을 수 없는 일인 만큼 비상한 각오로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황 총리는 "보안이 뚫리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지금은 보안비상 상황이다. 보안이 경쟁력의 기본 가운데 기본"이라고 보안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뒤 "다양한 상황을 상정해 보안시스템 시뮬레이션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공항운영 전반에 대한 보완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